[윤당선인 공약분석 ⑧자본시장] 상장 기업 M&A,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누릴 전망

2022-03-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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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은 기업 인수합병(M&A) 시 소액주주들도 오너와 같은 가격으로 주식을 함께 팔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 최대주주만 누리고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로 인해 상장사 M&A 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사모펀드운용사(PEF)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상장기업들에 대한 재평가도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새 정부는 '주식 지분을 사고팔아 경영권이 바뀔 때 피인수 기업 주주에게 주식매수 청구권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국내 M&A에서는 그동안 '경영권 프리미엄'이 공공연하게 존재해왔다. 지난 14일 체결된 치과용 임플란트 국내 시장 점유율 3위 업체인 디오의 주식매매계약(SPA)에서 주당 가격은 5만5000원이었다. 이는 거래소에서 거래된 3만5500원과 비교할 때 55%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사모펀드운용사(PEF) 한앤컴퍼니와 주당 82만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주가였던 43만9000원 대비 거의 2배 수준이다. 

한샘 M&A와 관련해서는 IMM 프라이빗 에쿼티(IMM PE)가 조창걸 전 한샘 명예회장 등이 보유한 주식을 22만1000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양해각서(MOU) 체결일 당시 주가 14만6500원과 비교하면 50% 정도 비싼 것이다. 

이 때문에 2대주주인 테톤캐피탈파트너스는 최대주주인 조창걸 회장 지분 매각 시 최대주주를 제외한 다른 주주의 가치를 침해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거래소에서는 조 전 명예회장 일가의 주식과 나머지 주주들의 주식은 같은 가격에 거래되지만 M&A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 때문에 가격이 달랐다.  

당시 테톤캐피탈 측이 주장한 기저에는 영미권에서 널리 쓰이는 '의무공개매수(Mandatory Tender Offer)'가 깔려 있었다. 의무공개매수는 최대주주가 상장회사 주식을 매각할 때 소액주주들도 최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한샘 최대주주가 지분을 비공개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그외 주주들이 철저히 배제됐고, 이후에도 공개매수권 등을 부여받지 못해 주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는 것이 테톤캐피탈 측 주장의 골자다. 만약 남양유업 M&A 당시 주식매수청구권이 소액주주에게 있었다면 남양유업 주주 모두 2배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M&A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이론적 근거가 없는 용어지만 공공연하게 존재했다"면서 "하나의 주권은 마치 투표권처럼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있는데 경영권에 프리미엄이 붙고 있는 상황이 자본주의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이번 공약은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려는 목적이다. 당연히 현실화한다면 상장사 오너들은 당장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기 어렵게 된다. 자연스럽게 상장사 M&A가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 국내 사모펀드운용사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 오너들은 30% 이하인 적은 지분으로 회사 경영권을 소유하는 사례도 많다"면서 "M&A가 이뤄질 때 많은 소수주주들이 동반 매수를 신청한다면 M&A 자체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모펀드운용사(PEF)가 보유 중인 상장기업들은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기업을 인수한 이후 가치를 높인 다음 매각해 차익을 얻는다. IMM PE가 한샘을 인수할 때 롯데쇼핑을 전략적투자자(SI)로 선정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IMM PE로서는 훗날 한샘 매각까지도 고려한 선정일 공산이 크다. 

그동안 일반 주주들에게 이 같은 상황은 달갑지 않았다. 기술 확보, 글로벌 시장 진출 등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해야 장기적으로 주식가치가 높아지는데, 사모펀드가 회사를 운영하면 기술 개발보다는 재무구조 개선, 비용 감축으로 단기간에 수익성을 올린 뒤 언젠가는 지분을 팔고 떠날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반 매도가 가능해지면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은 매도가 예상되는 시점부터 재평가받을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은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언젠가는 기업을 팔아야 한다"면서 "이때 소수주주들이 함께 매도할 수 있다면 소수주주들로서는 지금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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