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마찬가지로 주요국에서도 기업 설립자가 공익재단을 기업 승계와 유산 상속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 국가들도 있어 국내와 대조를 이뤘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않는 국내 ‘재벌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국내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요소에 대해 규제 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공익재단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보조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올해부터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이사회 의결·공시 대상 구체화'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38년 만에 전면 개편된 공정거래법에 기업집단 공익재단을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재단 설립 후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적인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기업집단 공익재단은 편법 경영 승계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난이 수십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기업공익 재단은 최근에도 총수 일가의 우회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공시 대상 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비영리재단 공시 대상 기업집단 중 42개 집단 내 78개 비영리재단이 139개 계열회사에 대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지분율은 1.18%였다.
이 가운데 공익재단 보유 지분율이 10% 이상인 곳은 금호아시아나, 한진 등 총 7개 그룹이다.
그룹별로 보면 공익재단 지분율이 100%인 곳은 금호아시아나가 유일했다. 금호아시아나 산하 공익재단은 그룹 소속 6개 회사 지분을 100% 보유했다. 또한 금호아시아나 공익재단은 금호고속 지분 22.81%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영풍 산하 공익재단이 계열회사 지분을 25%, DB그룹 공익재단이 계열 저축은행 지분을 19.95%, SM 산하 공익재단이 2개 계열회사 지분을 각각 18.87%씩 보유하고 있고, 효성 산하 공익재단이 10.20%를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과 한진은 각각 1개 계열사 지분 10%를 가지고 있다.
계열 출자 비영리재단 수는 2016년 68곳에서 지난해 78곳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또한 해당 비영리재단 중 69곳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재단이며, 125개 계열회사에 대해 출자하고 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회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감시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완수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2018년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공익재단 자산 구성 중 계열사 주식은 16.2%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에 대한 기여도는 1.06%에 불과했다. 공익재단이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오히려 비효율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단 내에 주식 등 자산을 홀딩해 놓는 것은 많은 기회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적 후생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을 가로막는 행태며, 굉장히 비효율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