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의 색채 지우기에 나선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부터 여성할당제는 물론, 지역 안배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양성평등 구현을 위해 내각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려고 노력했던 문재인 정부의 인사 원칙과 배치된다.
13일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특정 인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 능력 중심의 인사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개인의 전문성과 실력을 최우선으로 삼는 '능력주의' 인재상인 셈이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에도 팀원 구성 때 초임지나 연수원 기수를 따지지 않고 수사 경력과 성과, 주변 평판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측근 위주로 기용하는 일이 빈번했고,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또한 '이벤트식 인사'를 하는 방안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초반 피우진 예비역 중령이 임명된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식의 인사는 안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국가보훈처장에 최초로 여성인 피우진 퇴역 중령을 임명했다. 피우진 예비역 중령은 지난 1979년 소위로 임관해 특전사 중대장을 지냈으며 이후 육군 항공병과로 자원해 1981년 여성 헬기 조종사가 됐다. 육군항공학교 회전익 14기로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진보신당의 비례대표로 입후보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당시 피우진 보훈처장은 손혜원 전 무소속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과 김원봉 선생 독립유공자 서훈 수여 등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윤 당선인은 이날 대선 과정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여가부는) 이제는 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재차 여가부 폐지 공약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 당선인은 같은 날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 구성과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1차 인선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발표 후 기자와 만나 "저는 원칙을 세워놨다"면서 "여성과 남성이라고 하는 집합적 구분과 그 집합에 대한 대등한 대우라는 방식으로는 여성이나 남성이 구체적 상황에서 겪는 범죄나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지금은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집합적 성별 차별이 심해서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여가부를) 만들어서 많은 법제 등으로 역할을 해왔다"면서 "지금부터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불공정 사례나 범죄적 사안에 대해 더 확실하게 대응하는 게 맞기 때문에 지금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라고 했다.
아울러 "이런 불공정, 인권침해, 또 권리구제 이런 것을 위해 더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상해야 하는 게 아니냐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