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최근 미국 등 서방의 대러 수출통제로 인해 앞으로 수입에 애로가 예상되는 물품 등 현재 러시아 내 외국 기업 소유 장비의 반출을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산업부는 “총 500개 대상 품목을 포함한 전체 문건에 대한 번역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달 중 1차관 주재 공급망 점검회의 등을 계기로 이번 조치에 따른 국내 기업의 영향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잇따른 경제 제재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주요 외신과 재계 등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 진출해 있거나 거래 중인 국내 40여개 기업과 협회 등은 러시아의 비우호국가 제재에 따른 영향을 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수출제한 조치는 1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올해 말까지 계속된다. 수출 제한에는 통신, 의약, 자동차, 농업, 전자 장비 등을 비롯해 산림 목재 등이 포함됐다고 앞서 BBC 등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것은 200여개 품목이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퇴출된 것은 물론 외환보유고 접근도 제한된 러시아가 내수 시장 안정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취한 조치라고 러시아 측은 밝혔다. 앞서 8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특정 품목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수출 제한의 예외가 되는 곳은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권 국가 5개국이 가입한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과 조지아에서 분리·독립을 선포한 친러시아 성향 공화국 압하지야, 남오세티야 등에 대한 수출은 허용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곡물, 설탕 및 비료 수출도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의 상승도 우려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데니스 만투로프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비료 수출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개발부는 EAEU 국가들에도 밀·호밀·보리·옥수수 등 곡물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며, 설탕의 제3국 수출도 한시적으로 금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외화 확보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원유는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는 이후 러시아 항구에서 외국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는 조치가 추가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들은 러시아에 부과된 조치에 대한 합당한 대응이다”라고 밝혔다. 수출 금지에는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만든 상품의 수출도 포함된다. 우크라 침공 이후 캐터필러, 리오틴토 등 산업·광산업 대기업과 스타벅스, 소니, 유니레버, 골드만삭스 등 기업들이 대거 이탈하거나 투자를 중단해 왔다. 러시아는 최근 자국을 떠나는 외국 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법안을 승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