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의 만성 적자 해소를 위해 설립한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이하 협의체)'가 출범 초기부터 주요 정부부처들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협의체 참여 불가를 통보한 데 이어 기획재정부 역시 첫 회의부터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에 복지부 등 주요부처가 향후 협의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실손보험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협의체 첫 실무자 회의를 개최했지만, 복지부와 기재부 등 주요 정부부처에서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 협의체는 올 초 만성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손보험의 정상화를 위해 금융위가 주도해 만들었다. 협의체는 실손보험의 비급여 관리와 상품체계 개편, 보험금 누수 방지, 보험금청구 간소화 등 실손보험 적자 해소 해결이 목적이다.
협의체 참여 기관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보험연구원, 생명·손해보험협회 등이다. 금융위 복지부에 협의체 참여를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기존의 '공사보험협의체'와 다르지 않다며 참여하지 않았다.
복지부와 기재부의 협의체 불참으로 협의체 출범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의료계를 설득할 수 있는 복지부 불참은 가장 큰 문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도수치료 등 실손보험 적자의 근본 문제인 비급여 관리 강화를 위해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의무화를 논의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반발로 비급여 관리 방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다른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인 백내장 수술 역시 의료계의 편법 대응으로 실효성이 낮아졌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백내장 검사비가 급여화됐지만, 일부 의료기관은 다초점렌즈 가격을 대폭 올리는 편법으로 백내장 급여화 효력을 반감시켰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역시 의료계의 반발로 1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존에 공사보험협의체의 경우 공적 보험인 건강의료보험 위주의 논의로 실손보험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며 "이를 위해 금융위가 새 협의체를 만들었지만, 복지부 등 주요 기관이 불참하면서 협의체의 협의 결과를 복지부와 기재부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5년간 실손보험의 누적 적자액은 1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실손보험 적자액은 사상 첫 3조 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올해 실손보험료는 9~16% 인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