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외식비 또 올랐다"...치솟는 물가에 커지는 '비명'

2022-03-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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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5개월 연속 3%대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유가급등으로 더 오를 듯

지난 3월 4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가 상승세가 거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불과 1년 만에 3.7% 올랐다. 5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상태가 계속된다면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원유와 원자재 가격상승을 야기하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 물가 상승세에 더 큰 상방 압력을 줄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3.7%↑…5개월 연속 3%대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섯 달째 3%대다.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에 이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3%대로 집계됐다. 물가가 다섯 달 이상 3%대 상승률을 보인 건 약 10년 만이다.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석유류와 외식물가가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견인했다. 석유류 등 공업제품이 1년 전보다 5.2%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휘발유는 16.5%, 경유는 21.0%, 자동차용 LPG는 23.8% 상승했다. 석유류 상승폭(19.4%)은 지난 1월(16.4%)보다 확대됐다.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6.2% 오르는 등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빵 가격은 1년 전보다 8.5%, 생선회는 9.8%, 쇠고기는 8.2%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2.9% 올라 전월과 동일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기료(5.0%), 상수도료(4.1%), 도시가스(0.1%) 모두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6% 올랐다. 지난해 11월(7.6%)과 12월(7.8%), 올해 1월(6.3%)보다 오름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채소류 가격은 8.3%, 농산물은 2.3% 내려갔다. 딸기(20.9%), 귤(20.0%), 포도(22.8%) 등 과일 가격은 올랐다. 반면 파(-59.8%), 양파(-41.8%), 쌀(-6.3%), 고춧가루(-13.2%), 고구마(-21.1%) 등은 가격이 내려갔다. 축산 물가는 8.8% 올랐다. 돼지고기(12.4%), 수입 쇠고기(26.7%), 국산 쇠고기(5.1%) 등이 축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수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0.3%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많이 둔화했지만,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3%대 상승률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지속해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2% 오르면서 10년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9% 올라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물가 상방 요인 수두룩
문제는 앞으로 물가를 더 끌어올릴 상방 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향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원유와 원자재 등의 가격이 상승해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에 더 큰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으로 이어진다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두 나라가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에 놀란 정부는 지난 4일 장관급 물가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2017년 1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정부는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오는 7월 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당초 유류세 인하 조치는 다음 달 말 종료 예정이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유가로 인한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20%) 및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유가 상승 폭이 커지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이미 상쇄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새로운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상 유류세 인하 한도가 30%임을 고려하면 25%, 30% 인하 선택지가 있다.

아울러 가격·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는 할당 관세 적용 및 물량 증량을 추진한다. 겉보리·소맥피 등 사료 대체 가능 원료의 할당 관세 물량을 각각 10만t, 6만t으로 확대한다. 감자분의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활당(TRQ) 물량을 1675t으로 1500t 증량한다. 칩용감자 할당 관세 적용 및 조제땅콩 TRQ 물량 증량도 추가 검토할 계획이다.

네온·크립톤 등 반도체 제조 공정에 활용되는 대외 의존도 높은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수급 상황 점검을 실시한다. 이후 이달 중으로 할당 관세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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