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선 직전 '자강론' 설파한 文

2022-03-0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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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마지막 3·1절 기념식 참석…"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아야"

DJ 정부, '첫 민주 정부' 표현…일본 문화 개방, 압도적 경쟁력"

일본에 "역사 겸허히 수용…선진국으로서 리더십 가지길 바라"

남북 관계 해법는 원론적 언급…"3·1 독립운동에 남북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자국중심주의 패권 갈등과 신냉전 우려 속에서 자강론을 강조했다.
 
특히 오는 9일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국’를 여러차례 언급하는 등 여권에 힘을 싣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개최된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 독립운동 정신의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폭력과 차별, 불의에 항거하며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내내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강조하며, 남북·한일 관계에 있어서 우리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선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 겸허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라며 “우리 선조들은 3·1 독립운동 선언에서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을 극복하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남은 임기를 감안했을 때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사 해법이 사실상 불가능함에 따라 새로운 제안보다는 기존의 과거와 미래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위안부, 강제징용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하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의 마음도 같다”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은 지금,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한때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관계를 넘어서,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때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때때로 덧나는 이웃 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지역의 평화와 번영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그리고 공급망 위기와 새로운 경제질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 과제의 대응에 함께하기 위해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민주공화국’, ‘민주주의’ 등 ‘민주’라는 단어를 총 18번이나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케이(K)-팝 열풍을 비롯해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이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 문화예술을 이처럼 발전시킨 힘은 단연코 민주주의”라고 밝혔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민주’라는 단어를 세 번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사용 빈도가 많아졌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불과 8일 앞두고 현 정부의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실제 민주공화국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자유민주주의 강조에 맞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문 대통령은 문화예술 분야 육성과 관련해 김대중(DJ) 정부를 ‘첫 민주 정부’라고 표현하며 과거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차별하고 억압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문화예술의 창의력과 자유로운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 문화를 개방했다”면서 “우리 문화예술은 다양함 속에서 힘을 키웠고 오히려 일본 문화를 압도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우리 문화예술의 매력이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순방외교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은 역대 민주 정부가 세운 확고한 원칙”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메시지보다는 평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3·1 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 다양한 세력이 임시정부에 함께했고, 좌우를 통합하는 연합정부를 이뤘다”면서 “그 끝나지 않은 노력은 이제 우리의 몫이 됐다. 우선 우리가 이뤄야 할 것은 평화”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출범 당시의 북핵 위기 속에서 극적인 대화를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었다”면서도 “우리의 평화는 취약하다. 대화가 끊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대화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면서 “전쟁의 먹구름 속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를 꿈꿨던 것처럼 우리가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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