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선 앞 '역대급 거래절벽'의 의미...'동상이몽' 부동산 공약

2022-0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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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GTX 관련 공약을 내놓은 당시의 유세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국민의힘]

"기자님은 어느 후보가 당선할 것 같아요? 언론계에 들리는 얘기 좀 없습니까?"

'잘 모르는 일에는 침묵하라' 했건만, 오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취재 현장에서 결국은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따라서 요즈음 부동산 중개업소는 물론 정비사업장, 건설업계를 막론하고 여느 부동산 취재 현장에 가더라도 짧게나마 선거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대선 당선자가 향후 5년 동안 나라의 방향을 움직이는 만큼 어느 분야라도 관심이 쏠리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부동산시장의 관심은 특히나 비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새 대통령과 정부가 정책의 변화를 가져온다면, 이에 따라 투자 이익과 사업 방향이 휙휙 바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동산시장은 이전 대선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몇 년 만에 부동산 시장에 돌아왔기에 처음에는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올해 들어 대선을 앞두고 시장 참여자들이 '극심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쏟아지는 정치권의 공약에도 시장이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우선 '역대급 거래절벽'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부동산시장 상황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신고가 경신'이 비일비재했던 부동산 거래가 올해 들어 '뚝' 끊긴 것이다.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이 큰 영향을 준 가운데,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책 변화 가능성을 감지한 각각의 시장 참여 주체들도 의사결정을 일단 멈춘 여파도 크다. 

한 전문가는 서울권, 특히 강남권의 최근 아파트 거래 현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에 불과하다는 대략적인 추산을 내기도 했다. 이달 28일 나온 국토교통부의 공식 통계에선 서울의 주택 매매량은 지난해 1월과 비교했을 때, 60.6% 감소한 4831건이었다. 서울 내 아파트로 거래 조건을 한정했을 땐 같은 기간 78.5%가 급감한 1281건에 불과했다. 5분의1 토막이 난 것이다. 전국으로 확대했을 때도 이 기간 주택 매매량은 반토막(54.0%↓)났다. 

이에 따라 부동산 거래 통계 역시 거래가가 낮을 수밖에 없는 급매 위주로 잡히면서 전반적인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집값 하향 안정세'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시장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 3월 대선과 5월 새 정부 출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의 부동산시장을 예단할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교통 분야에 대한 대선 공약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 역시 이와 연관해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앞다퉈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대 공약을 내놨다. 현재 예정된 C노선을 F노선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과거 국토부의 A~C노선 발표 당시를 감안했을 때 각 수혜지의 부동산시장마다 들썩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기도 안산 상록수역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체로 '지켜보겠다'는 조용하고 신중한 반응이었다. 

철도 공약인 만큼 현실 시점이 멀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만큼 정치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약해졌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그간 선거 시기마다, 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지지율 확보를 위해 부동산·교통 정책이 휘둘려온 현실의 단면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는 결코 집값 안정을 내건 정부와 정치권에 좋은 신호로 볼 수는 없다. 부동산 역시 시장 원리를 따르기에, 가격 안정을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낮은 변동성'을 꼽을 수 있다. 낮은 변동성은 가격 예측 가능성에서 온다. 이는 다시 시장 내외부적으로 불확실한 요소를 해소할 때 가능하다. 반면, 정치권과 정부의 신뢰 약화와 이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은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에서 정치권은 향후 집값을 잡기 원한다면 앞서서 정책 신뢰성을 제고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정책 경쟁에는 공통의 컨센서스를 기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은 정책 경쟁은 공수표를 남발하며 '중구난방'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은 다음 달 5일 마지막 법정 TV 토론을 앞두고 있다. 이날 사회 정책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는 만큼, 주거·국토개발 정책과 관련해 공동의 원칙 등을 합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장기적이고 예측가능한 정책을 내놓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정부의 부동산·교통 정책 성공의 첫 걸음이라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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