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준동맹' 관계로까지 발전한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선 대놓고 러시아 편을 들지 못하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연달아 자국민을 철수시키는 미국 등 서방국과 달리 중국은 자국민에 안전에 유의하라고만 당부할 뿐 철수·대피 명령도 내리지 않고 있다.
中, 러시아 제치고 우크라이나 최대 교역국
특히 경제적 실리는 중국으로선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를 제치고 우크라이나 최대 교역국이 됐다.
양국간 무역관계는 2013년 당시 빅토르 야노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빠르게 발전했다. 우크라이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간 교역액은 189억8000만 달러(약 22조8000억원)로, 2013년과 비교해 80%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은 철광석·옥수수·보리·해바라기유 같은 곡물·광물 원자재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로부터 약 80억 달러어치를 수입했고, 반대로 대형기계장비·소비재 등 109억7000만 달러어치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유라시아 중간에 위치한 만큼, 중국과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화물열차도 우크라이나를 경유하고 있다. 특히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해운시장의 물류대란 속 중국은 유라시아 화물열차 수혜를 톡톡히 입고 있는 상황이다.
中일대일로 거점···곡물·교통·에너지 기업 진출
우크라이나는 중국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주요 거점국가다. 중국 주요 기업도 대거 진출해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중국 측 데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국 기업 누적 직접투자액은 2019년말까지 1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로이터는 집계했다. 주중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따르면 2020년 1~3분기 중국기업은 우크라이나 사업에 모두 7570만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50여개 중국계 기업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실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에너지·곡물·교통 인프라 등 방면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 최대 국영 곡물기업인 중량집단(中粮·코프코)은 우크라이나 농업 방면에 집중 투자해 이미 현지 3대 곡물상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엔 우크라이나 남부 니콜라예프 항구에 7500만 달러 규모의 곡물 터미널도 지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2019년 중국항만공정공사(CHEC)는 우크라이나 초르노모르스크 항구의 준설 사업을 완공했고, 중국태평양건설그룹은 2017년 수도 키예프 지하철 건설 사업 계약도 따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2019년 키예프 지하철 4G망 인프라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이듬해엔 우크라이나 현지 사이버 보안 업그레이드 작업에도 참여했다.
신에너지 협력 활발···풍력·태양광발전소 건설도
신에너지 방면에서도 양국간 협력은 활발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룽위안전력은 우크라이나 유즈네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해 가동 중이다.
중국전력건설(PCCC)도 현지 파트너와 공동으로 도네츠크에800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총 투자액만 10억 달러 규모로, 완공 후 유럽 최대 육상풍력발전단지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중국건축집단(CSCEC)도 우크라이나에 태양광발전소 10곳을 건설했는데, 이는 현지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대EU 관계, 신장위구르 등 분리세력도 '경계'
정치적으로도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러시아와 준동맹 수준의 관계를 맺고는 있지만, 대놓고 러시아 편을 들었다가는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와의 관계도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EU 비 회원국이지만 EU와 FTA를 맺어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다.
또 중국은 자국의 '핵심이익'인 신장위구르, 티베트, 대만 등지에서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친러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 독립을 승인한 러시아를 지지할 경우 자국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국가 주권과 독립, 영토 보전,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견지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