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인수위] 전문가들 "미국식 사전준비 필요…정책 골든타임 잡아야"

2022-0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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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성상 대통령 당선 먼저…캠페인 치중

"정치 이념·정당 차이 초월한 인수인계 필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 간 네거티브전이 한창인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인수위원회(인수위) 구성을 고민해야 할 때가 머지않았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그 역할을 법률로 정하고 있는데, 현직 대통령과 후임 대통령 당선자 간 원활한 인수인계를 통해 국정 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선거-통치 미분리 현상으로 인한 인수위원 전문성 부족과 정권 교체 과정에서의 정책 단절 현상 심화 등이 인수위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 사례와 비교해 인수위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사전준비 통해 정책 골든타임 잡아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유대길 기자]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정부인수위원회 역할과 기능에 관한 연구: 1993~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14~18대 인수위 참여자 29명 중 대부분이 인터뷰에서 "미국과 달리 인수위 사전준비가 거의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사전준비란 대통령 후보자가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을 경우를 대비해 인수위 조직화와 인선 및 정책 방향, 정책 프로그램을 어떻게 수행할지를 사전에 계획·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인수위는 대체로 서둘러 출범하지만, 미국의 경우 당선 이튿날 구성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약 일주일이 소요된다. 규모는 14대에서 91명이었으나 15대부터 200명을 넘어섰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특성상 대통령 당선이 먼저이기 때문에 인수위 사전준비는 어려운 편"이라며 "보완책으로 선거에 매진하는 팀과 정권 인수를 준비하는 팀을 따로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의견으로는 김영삼(YS)·김대중(DJ) 정부 인수위가 상대적으로 사전준비가 잘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다른 전문가는 "사전준비가 매우 중요한데 한국은 특히 정당의 정책 기능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섀도캐비닛을 미리 확정, 정책이 정교화된 상태에서 대선이 치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당선 이후 새 정부를 꾸리고 그때부터 정책을 만들기에는 5년 단임제에서 시간이 너무 아깝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문재인 대통령 때도 놓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인수위 전문성에 대해선 2가지 차원의 논의가 이뤄졌다. 우선 인수위 상위그룹은 비교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나 중·하위그룹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인수위원이 선거캠프나 정당 출신인 경우 전문성이 약한 경우가 많은데 14~15대가 그랬다는 분석이다. 교수 참여는 16대 이후부터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인수위 관리 필요성도 제기됐다. 인수위의 권한 남용이 높지 않은 편이지만, 일부 인수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윤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부처에 대한 고압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아울러 인수위 운영에 있어 민주성보다는 새롭게 시작하는 정권의 정치적 철학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본질적 존재 의의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것보다 짧은 시간 안에 대통령 선거 공약 등 정치적 철학을 가장 드러내주는 정책들을 실현시킬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짧은 인수위 기간…정책 어젠다 설정 효율성 높여야
 

[자료=한국행정연구원]

반면 미국은 인수위 전 사전준비 조직을 두고, 당선 후 정책 어젠다 설정을 위한 우선순위와 실행 전략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이후 대통령 후보자의 사전준비가 법제화된 덕분이다.

앞서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선 당시 경쟁자였던 미트 롬니 공화당 의원이 사전준비 법제화 혜택을 본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전준비 조직 장과 사무국장을 임명하고, 기획관리자(1명)·법률자문(3명)·재무관리(3명)·인적관리팀·대통령선거후보지원팀·대통령인사팀·기관검토팀(15명)·예산팀·국내정책팀·경제정책팀·국가안보팀으로 사전준비 조직을 꾸렸다.

이 중 정책팀은 선거 공약으로 제안한 정책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정부 출범 100~200일 정책실행 로드맵과 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작성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우리도 선거대책본부 또는 별도 팀을 둬 선거 공약집을 마련하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과 같이 정책 실행 전략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지는 못한다"며 "대부분 선거 캠페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책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편"이라고 꼬집었다.

인수위 조직화 방안에 있어서는 한국의 경우 △14대 문민정부 5개 분과·위원 15명 △15대 국민의정부 6개 분과·위원 25명 △16대 참여정부 6개 분과·26명으로 구성됐다. 이어 박근혜 정부(17대)에서는 9과 분과·위원 24명으로 분과가 확대됐다.

미국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사례를 대표적 인수위 조직 사례로 제시해오다 최근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오바마 사례를 보면, 인수위는 3인의 공동위원장으로 구성됐으며 자문위원회를 상위에 뒀다. 중요 기능은 정책, 기관 검토, 대통령 인사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고, 이를 지원하는 사무국 형태로 운영됐다.

또 다른 전문가는 "우리나라 인수위는 정부 영역별로 구분, 다수의 분과위원회로 구성되며 대부분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현황을 파악하는 기능을 한다"며 "그러나 실제 활동기간이 짧아 업무보고 후 이를 통해 새 정부 정책 기조와 어젠다를 재정의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현직 대통령과 정부의 인수 협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가 동일 정단 간 이뤄지는지 또는 상이한 정단 간 이뤄지는지에 따라 대통령직 인계·인수에 미치는 영향이 존재한다"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 단절과 갈등적 요소는 국민 이해에 부합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정치적 이념과 정당 차이를 초월해 원활한 인수인계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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