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6일 '잠실5단지 재건축정비계획 변경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 했다. 정비계획안은 가구수, 용적률, 층수 등 재건축 사업의 밑그림으로, 정비계획안이 통과되면 사업승인, 건축계획 확정 등 재건축 절차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잠실5단지는 1978년도에 건립돼 올해로 준공 45년을 맞은 송파구 최대 재건축 단지로 지난 2014년 재건축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2017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끝으로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학교용지 확보와 관련한 이견으로 교육환경평가 심의가 3년 이상이나 늘어지는 등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잠실5단지는 그동안 5번의 주민간담회를 통해 주민들의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정비계획안 세부 내용을 조정하는 등 사전준비 과정을 거쳤다. 교육환경평가도 6차례 심의 끝에 작년 8월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잠실5단지 재건축사업 정비계획은 이번에 수정 가결된 내용을 반영해 재공람 공고 후 최종 결정고시된다. 이후 건축계획안은 교통영향평가와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도 거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 취임 이후 재개발, 재건축 정상화를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가운데, 이른바 주요 재건축 단지 중 사업 정상화가 처음으로 가시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잠실5단지와 함께 주요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여의도, 압구정 등도 사업 정상화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여의도와 압구정아파트지구는 일부 단지에서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함에 따라 지구단위계획과 정비계획 결정절차를 병행 추진해 단지별 신통기획 완료 시점에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이미 정비계획이 입안된 상태로, 추진위원장 재선임, 관련 소송 등에 따라 정비계획 입안권자인 강남구와 협의해서 정비계획 결정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강남 지역 등에 '35층 규제'를 완화한 본보기가 생긴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어느 정도까지 여파가 미칠지에 대해선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문제가 되던 '한강변 35층 규제'를 깨뜨리면서 향후 해당 지역에 맞는 다양한 설계를 고려할 수 있게 됐다"며 "압구정도 향후 재건축 설계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특히 상업지역과 역세권이 혼재된 잠실지역과 비슷한 여의도에서는 이번 심의 내용과 연관성을 갖기 때문에 고층 설계 등을 시도해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결정이 서울 한강변에 대한 일률적 규제 해제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진형 경인여대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은) "몇 년간 재건축이 거의 마비가 된 상태였지만 정비사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삼은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다시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며 "여전히 안전진단이나 재초환 등 규제가 있어 재건축 활성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도 "현재는 재초환, 공사비, 분담금 등 문제로 인해 자본이 있는 지역만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며 "서울 전역으로 재건축 활성화 분위기가 퍼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발표로 인해 최근 소강상태였던 재건축 단지들의 집값이 다소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앞서 지난해 11월 28억7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던 잠실5단지 전용 76㎡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엔 9000만원 내린 27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소폭 하락했었다. 다른 면적대에서는 11월 이후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김규정 소장은 "서울은 전체적으로 보합세를 띠겠지만 앞서 개발 이슈로 강세를 보였던 압구정 등 일부 재건축 지역에서는 호재로 반영될 것"이라며 "매물이 적은 상황에서 호가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일부에선 신고점 거래 사례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