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로 경찰 안전 조치(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피해자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긴급 신고를 했고, 경찰은 신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도 범죄를 막을 수는 없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스마트워치 착용을 강제하는 등 가해자 중심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 피해자 김모씨(46)는 중국 국적으로 전날 밤 10시쯤 서울 구로구의 한 호프집에서 변을 당했다. 가게 주인인 김씨는 사건 당시 다른 지인과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게로 들어온 조모씨(56)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용의자 조씨는 전날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달 29일 대구 동구 아파트 주차장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은 전 동거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의해 숨졌다. 지난해 11월에는 경찰이 신변보호 중이던 여성이 서울 중구에서 옛 애인에게 스토킹을 당한 끝에 살해됐고, 지난달 서울 송파구에서 신변을 보호 받던 여성의 가족이 목숨을 잃는 등 피습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청의 '최근 3년 경찰청 안전조치 제도를 통한 보호조치 요청 현황'에 따르면 2018년 9442건이던 안전조치는 2019년 1만3686건, 2020년 1만4773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만148건에 달했다.
그러나 적극적 조치는 부족한 모습이다. 2019년 보호조치 3만5007건 중 일반적 조치라 할 수 있는 112 시스템 등록이 1만3350건으로 38%를 차지했고, 스마트워치 지급이 7057건으로 20%에 달했다. 반면 적극적 조치라 할 수 있는 가해자 경고는 1830건으로 5%에 불과했다.
2020년에도 적극적 조치가 부족한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전체 3만5278건 중 112 시스템 등록이 1만4477건으로 41%를 차지했고, 스마트워치 지급이 6801건으로 19%를 기록했다. 2020년은 가해자 경고가 1243건 3%로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중심의 적극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현재 가해자 경고는 구두 계도 수준”이라며 “구두 계도가 아닌 최소 벌금 이상으로 실효성 있는 조치와 전산 기록을 남겨 향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 인력 재배치도 필요하다”며 “경찰 피해자보호계가 감사관실에 있고 여성청소년 업무는 생활안정국에 있어 협업이 어렵다. 인력 재배치와 기능 간 협업이 강조돼야 지금 경찰에 있는 전문 인력이 힘을 쓸 것이다"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이 3분 만에 출동했으면 경찰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했다"며 "법 개정을 전제로 가해자에 대한 스마트워치 착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동의를 전제로 스마트워치 착용이 이뤄지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확실한 안전거리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