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허전쟁] "NPE에 국내 기술 유출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2022-02-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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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 무역수지 적자 2조원 넘어…IP 생태계 취약

미국 법원서 진행 중 NPE 관련 국내기업 소송 202건

[그래픽=아주경제]


‘특허 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업체(NPE)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거센 공세를 펴고 있다. 무분별한 특허분쟁으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을 막을 정책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수 기술들이 NPE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과 특허 소송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국제특허 출원은 전년 대비 3.2% 증가해 2년 연속 세계 4위를 차지했다. 국제특허 출원 증가율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중국과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상위 5개국 중 가장 높은 3.2%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국은 지식재산(IP) 강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식재산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2020년 기준 IP 무역수지 적자는 2조원을 넘었다. 2015년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강력하게 공격하는 글로벌 NPE에 대해 각 기업이 개별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NPE는 제조 활동이나 기술 개발 없이 지식재산권이나 특허권을 사들였다가 소송 등을 벌여 나중에 되파는 기업이다.
 
NPE는 주로 미국 현지에서 한국 기업을 공략한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미국에서 한국 기업 20곳에 대한 피소 건수는 707건에 달한다. 이 중 원고가 NPE인 소송은 530건(75%)이나 된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NPE가 국내 기업에 대해 미국 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인 건수는 202건이었다. 대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만 특허 침해와 관련해 미국에서 8건이나 피소됐다.
 
NPE가 국내 기업을 노리는 배경에는 큰 시장 규모와 발달한 특허 소송을 들 수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미국에는 특허 소송이 발달해 있고 관련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에 NPE들의 주요 활동처”라고 말했다.
 
NPE에 피소된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지식재산업계 관계자는 “재판이 길어지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며 “만약 패소라도 한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 울며 겨자 먹기로 소송 중간에 NPE와 합의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특허청, 특허 소송 지원 1억원 늘려
 
정부에서도 지재권 보호 사업을 하고 있다. 특허청은 2020년 말 ‘지재권 분쟁 대응센터’를 설치했다. 지재권 분쟁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분쟁 정보 모니터링과 맞춤형 분쟁 대응 전략 컨설팅 등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특허 소송 대응은 연간 지원 한도를 2021년 1억원에서 올해 2억원으로 늘렸다. 국제 지재권 분쟁 대응 관련 사업 예산은 총 149억원 규모다.
 
특허청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 등 개별 기업에 분쟁 위험 조사·분석, 경고장 및 피소 대응, 라이선스 갱신, 권리행사 등 분쟁 상황별 대응 전략을 제공 중”이라며 “동종 기업이나 동일 지재권 이슈를 보유한 기업은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분석이나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특허 소송 지원 늘리고 중기·공공연 보호”
 
전문가들은 NPE들이 국내 우수한 기술을 사들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은 “NPE들이 국내 중소기업이나 대학·공공 연구기관에서 나온 기술을 매입·가공해 다시 국내 기업들을 공격하는 형태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한국 기업 특허들이 NPE에 판매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원장은 이어 “대기업들이야 NPE에 대비를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부분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특허 소송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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