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명칭만 바뀐 것이 아니다. 2020년 8월 27일 법 시행과 함께 국내에서 P2P금융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융위원회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록을 해야만 한다. 온투법에 정해진 사항에 따라 자본금 기준은 물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인력과 전산설비, 그 외 물적 설비를 갖추었는지, 사업 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한지 등 금융당국의 면밀한 심사를 거쳐 등록된 업체만 법적 지위가 인정되어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고 산업 전반의 신뢰도 역시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2년 2월 현재 등록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 기업은 총 41개다. 금융위는 등록 신청서를 제출한 기존 업체들과 새로 진입하고자 하는 신설 업체들에 대해 등록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향후 온투업 등록 업체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2015년 무렵부터 국내에서 발아하기 시작한 P2P금융산업이 비로소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P2P금융은 200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테크놀로지 기반의 금융산업이다. 2011년 무렵부터는 기존 금융기관들이 영미권 P2P금융회사들이 취급한 대출에 본격적으로 연계투자를 시작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2014년에는 미국 렌딩클럽(Lending Club)이 전 세계 P2P금융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하며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이 산업이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는 신용대출 시장의 10%가량을 P2P금융이 차지할 만큼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5년 탄생한 세계 최초의 P2P금융 기업인 영국 조파(ZOPA)는 2018년 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2006년에 창업해 P2P금융의 대명사로 성장한 미국의 렌딩클럽은 2021년 2월 래디어스 뱅크(Radius Bank)를 인수합병하며 사업 영역 확장을 예고했다.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이 공연한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 명명권을 보유해 왠지 더 익숙한 미국의 P2P금융 기업 소파이(SoFi) 역시 2020년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했으며 올 1월에는 미국 저축기관감독청(OCC)에서 국립은행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종합금융 서비스로 향하고 있는 1세대 P2P금융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2세대 강자는 AI 신용평가모형을 앞세운 미국의 업스타트(Upstart)다. 2012년 창업한 이 회사는 애플을 거쳐 구글 엔터프라이즈 대표를 지낸 데이브 지로어드(Dave Girouard)가 이끌고 있다. 창업자의 면면부터 1세대보다 한층 더 테크놀로지 기반의 금융 스타트업 느낌이 강하다. 업스타트의 주력 사업 모델은 AI 신용평가모형을 기반으로 여러 금융기관에 대출을 연계하는 것이다. 2020년 12월 나스닥 상장 당시 약 10개였던 파트너 은행은 2021년 3분기 현재 30여 곳으로 증가했으며 5년 이내에 수백곳의 은행이 업스타트의 AI 신용평가모형을 기반으로 하는 파트너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온투법 제정과 함께 제도권 금융으로 도약 중인 국내 P2P금융 기업들은 어떨까? 렌딧, 8퍼센트, 피플펀드 등 국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글로벌 2세대 P2P금융의 트렌드에 올라타고 있다. 일례로 렌딧이 2015년 3월 창업 시 자체 개발해 선보인 렌딧 신용평가모형 LSS는 머신러닝이 적용된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개인신용평가 모형이다.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300여 가지 금융 데이터, 대출 신청자가 제공하는 데이터, FRIS(신청사기방지시스템) 등 비금융 데이터, 여기에 렌딧이 2015년 이후 축적해 온 중금리대출 데이터와 상환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모든 사람마다 개인화된 적정 금리를 산출해 낸다.
국내 시장보다 10여 년 앞서 발전해 나간 영미 시장의 P2P금융산업은 이제 대출의 혁신을 넘어 종합금융 서비스의 혁신을 향해 발전하고 있다. 수년간 노력한 끝에 세계 최초의 P2P금융산업 관련 법을 제정하는 데 성공한 한국의 P2P금융은 이제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 2022년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