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백신이 가져올 '무병장수'의 미래

2022-02-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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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백신의 본질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방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의 위상을 인류에게 과시하는 계기를 이루었다. 역사적으로 백신은 천연두, 홍역, 풍진, 수두, 황열병,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백일해, 장티푸스, 콜레라, 폐렴, 인플루엔자 등등 다양한 전염병을 해결해왔다. 이들 전염병은 주로 집단생활을 하는 그룹이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발생하여왔다. 그러나 장수사회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것은 전염성 질환만이 아니라 고령층에서 만연하는 퇴행성질환들인 암, 치매, 당뇨, 심혈관 질환, 근골격감소증 등과 노화현상 자체가 문제이다. 이들은 전염병과 같은 뚜렷한 병원체가 없고 근본적으로 개인별 생활습관과 같은 누적된 요인들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에 백신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여 왔다. 그러나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장수사회에 희망을 불러오고 있다.

암에서는 특정암유전자가 지적되어왔기 때문에 그 발현을 제어하거나 해당산물에 대한 선택적 백신 개발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 개발되어 온 암백신은 주로 암유발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여 추진되어 왔다. 자궁경부암은 HPV(Human Papilloma virus)를 표적으로, 간암은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를 표적으로 백신이 개발되어 왔으며, 위암의 경우는 헬리코박터(Helicobacter pylori)에 대한 백신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T세포백혈병에는 HTLV-1(인체T세포림프친화바이러스-1)을 표적으로, AIDS는 HTLV-2(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2)를 표적으로 백신 개발이 가속되고 있다. 이밖에 대장암, 흑색종, 전립선암 및 급성골수성백혈병을 대상으로 mRNA백신이 임상실험에 들어가 있다. 최근에는 암조직에서 고용량 염기분석법으로 검색한 개인별돌연변이체에서 환자 고유의 신종항원결정기를 찾아 개인별 암백신(Personalized neoepitope cancer vaccines) 또는 맞춤백신(Designer’s vaccine)이 시도되고 있다. 치료 목적으로는 전립선암의 경우 PSA(전립선특이항원)을 표적하여 유전자를 변형하여 백신을 만들면 PSA분비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원인이 되는 BCR-ABL 융합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특이항체를 유도하는 유전자 백신을 투여하여 암을 제거하고, 유방암의 경우 HER2/neu를 표적하는 특이항체가 생성되도록 유도하면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면역학적 방법으로 암을 해결하기 위하여 재조합 복합암항원 칵테일, 복합 미생물, 암용해바이러스, 암세포 특발성항체를 활용한 보편적 면역 방법과 자가혈액, 자가항원, 세포이식방법을 사용한 개인별 면역유도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항암효과를 보이는 비특이적 면역 강화제로 박테리아, 진균 유래 BCG를 비롯하여 다양한 다당체가 활용되고 있다. 특히 PD-1/PD-L1 경로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와 관련한 암백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코비드(코로나)19 백신에 활용된 mRNA백신 개발 기법은 암유전자를 대상으로 한 암백신 개발 분야에 획기적 전환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해결하기 위하여 릴리, 화이자, 머크, 바이오젠, 로슈 등 거의 모든 대형 제약회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시도하여 온 알츠하이머 백신의 임상실험은 대부분 핵심문제인 노인반(senile plaque)을 없애기 위해 베타아밀로이드(beta amyloid)를 주표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왔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백신으로 유도한 항체가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였지만 모노머와 올리고머 형태를 구분하지 못하고
생리기능을 가진 모노머까지 모두 제거하여 많은 문제를 발생한 점이 규명되어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타우(tau)단백으로 표적을 바꾸어 많은 연구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타우는 신경섬유매듭 neurofibrillary tangles)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알츠하이머 환자와 정상인 간의 타우가 구조적 차이가 있고 병적 타우는 특정부위가 노출되어 타우 분자들끼리 상호결합하여 신경세포들을 집적하지만 정상 타우는 노출되어 있지 않아 타우 특정부위를 표적으로 한 선택적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제안되고 있다.

나아가서 동맥경화증, 트라코마, 불임증 또는 자궁외임신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진 클라미디아(Chlamydia)에 대한 백신과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나 다발성 경화증, 또는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한 면역관용을 증진하는 방안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금연, 마약중독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백신도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장수사회에서 가장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노화를 예방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신의 가능성이다. 과거에는 엄두내지 못하여 왔는데 개체에서 노화된 세포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면 젊음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제노제(除老製, senolytics) 개념이 등장하면서 선택적 항노화백신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화특이성 항원을 표적으로 하여 선택적으로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백신을 개발하면 수많은 노화관련 퇴행성질환을 제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젊은 쥐와 늙은 쥐를 병체결합한 실험에서 늙은 쥐가 젊어지고 젊은 쥐가 늙어지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이들의 순환계를 통해 상대에게 영향을 주는 젊음유지인자 또는 늙음유지인자들의 존재가 제안되면서 이를 표적으로 한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늙은 개체의 순환계 내 늙음유지인자의 활성을 억제하는 백신 개발이 우선 표적화 될 수 있다.

고전적인 관점에서 불가피하고 비가역적인 현상이라고 여겨졌던 노화현상이 이제는 가역적이고 적응적인 변화라고 개념이 변화하면서 노화를 제어하는 여러 가지 물리화학적 자극과 더불어 백신과 같은 생물학적 노화제어 유도방안이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장수사회에 급증하는 고령층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백신의 새로운 미래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위력을 보인 mRNA백신 기법은 퇴행성질환과 노화현상을 극복하는 데 적용가능성을 높게 부각하여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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