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중국증권보에 올라온 한 기자의 디지털 위안화 체험기다. 디지털 위안화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로, 지폐나 동전처럼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민간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나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다.
최근 중국 현지 언론에 디지털 위안화 체험기가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베이징 자오양구에서 사는 루씨도 디지털 위안화로 녠훠(설빔)도 마련했다면서 올해 초 받은 디지털 위안화의 훙바오(紅包·세뱃돈)로 많은 체험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中 디지털 위안화 보급 '속도전'...올림픽 모든 매장서 디지털 위안 결제 가능
중국은 4일 개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디지털 위안화 보급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장자커우, 베이징, 옌칭 대회장을 디지털 위안화 시범지구로 지정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1일 중국 정보통신(IT)매체 IT즈자가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동계올림픽 대회장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을 전면적으로 추진했다면서 은행·금융기관은 다양한 방법으로 참가 선수와 방문객에게 디지털 위안화 훙바오를 적극 배포하는 등 소비 촉진에 힘썼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은 지난달 23일부터 베이징 올림픽 대회장에서 외국인 선수와 코치들에게는 전자지갑 격인 손목밴드를 제공하고, 상품이나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때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외국인들에게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용을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중국 국민만 실명 인증 절차를 거쳐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을 만들 수 있었는데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거래 가능액이 가장 낮은 비실명 전자지갑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IT즈자는 동계올림픽이 디지털 위안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통화 및 결제 시스템 운영 효율성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대대적인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을 펼친 뒤, 이른 시일 안에 디지털 위안화를 정식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미 일부 은행에선 오는 3월부터 창구와 현금자동인출기(ATM)를 통한 현금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하는 등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와 관련해 "중국 은행들이 어떻게 디지털 뱅킹에 집중하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중국이 완전한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속도를 높이는 최근의 신호"라고 평했다.
사실 이미 중국은 지난달 4일 디지털 위안화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해 나름의 성과를 거둔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4일 중국 내 애플의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시험판)' 앱이 본격 출시했는데, 이 앱의 다운로드 수도 빠르게 늘었다.
IT즈자에 따르면 2월 4일 기준 화웨이 앱스토어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1600만회, 비보(Vivo) 앱스토어에서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1210만회, 샤오미 앱스토어와 오포(OPPO) 앱스토어에서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각각 600만, 300만회를 기록했다.
오프라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18일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디지털 위안화를 통한 거래 규모는 875억6500만 위안(약 16조5191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이는 디지털 위안화의 기술적 시스템, 안정성 등이 입증된 것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사용 범위를 확대, 상용화에 속도를 올리겠다고 전했다. 현재 선전, 쑤저우, 슝안, 청두, 상하이, 시안, 다롄 등 일부 지역에만 디지털 위안화 지불 및 결제가 가능하다.
◆中 고강도 코로나 방역 조치로 디지털 위안화 보급 '난항'
하지만 사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디지털 위안화의 데뷔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디지털 위안화의 데뷔 무대로 계획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초강력 방역에 나서면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실제 디지털 위안화는 일부 시범 지역과 올림픽 대회장에서, 특정 인물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인들의 사용률이 여전히 낮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5년까지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 내 모바일 결제의 약 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앤트그룹의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와 텐센트의 위챗페이의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여기에 서방국 의원들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자국 선수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도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의 최고 공화당원인 팻 투미는 전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의 보급을 위해 글로벌 행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올림픽에 맞춰 디지털 위안화를 출시하는 것이 국경 간 결제의 표준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수 있다며 미국 올림픽위원회에 선수들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여러 악재에도 디지털 위안화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중국 당국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앞두고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민간 전자결제 플랫폼에 대한 규제 고삐를 바짝 조이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월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메이퇀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디지털 위안화 거래 서비스를 확대했다. 인민은행의 화이트 리스트에 등재된 사람을 대상으로 위챗·메이퇀 등 플랫폼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