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찾아가 자택에서 세 모녀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26)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조은래 김용하 정총령 부장판사)는 19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 사건 선고형은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집행되어야 한다"며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2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어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다"며 "(사형은) 형벌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무기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하더라도 형법에 따라 20년 뒤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돼 평생 참회하는 것이 맞으므로 가석방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가석방 여부는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 소관이고, 법원의 의견이 행정부에 얼마나 기속력을 가질지 모르겠으나 이렇게라도 명시적으로 가석방에 대한 의견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23일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A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서울 노원구 자택을 찾아가 A씨와 여동생,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A씨 집을 찾아가 동생을 찌르고, 뒤이어 들어온 어머니와 A씨도 살해했다.
1심에서 김씨는 A씨를 살해할 계획은 있었지만, A씨 가족에 대한 범행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범행 전반이 계획적이었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가족 살해가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보이지 않고, 동생과 어머니는 피고인과 아무 관계가 없음에도 범행을 위한 수단으로 살해됐다"며 김씨의 범행을 계획범죄로 판단했다.
검찰과 김씨는 판결에 불복해 각각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