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1.00%인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한 직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11월 그리고 이날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올랐다. 특히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으로 올린 것은 2007년 이후 14년여 만이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석유류제외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상승폭 확대 등으로 3%대 후반으로 높아졌다"면서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2%대 초반 수준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후반 수준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경로를 상회해 상당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연간으로는 2%대 중반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올해 중 2%를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Q.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는데,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하나.
A. 오늘 기준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앞으로의 경제 상황과 성장세, 물가 등 전망을 고려하면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보다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앞으로도 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한은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대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한 달여 만에 2%대 중반 수준으로 올려 잡았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당시 1%대 후반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2%를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 봤다. 이렇게 평가한 배경은 무엇인가.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어떻게 전망하나.
A. 불과 한 달 사이지만 11월, 12월 실적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높고 그 범위도 광범위해서 기존 전망 경로를 크게 수정했다. 소비자물가가 2% 이상 오른 품목을 조사하니 개수가 최근 들어 상당히 늘었다. 특히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 품목에서 봐도 물가가 2% 이상 상승한 품목의 개수가 연초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기본적으로 하방경직성이 있는 외식 품목 상승세가 뚜렷했다. 공급품목에 따른 상승 압력도 점차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자동차 등 일부 내구재에 불과했는데 올해 들어선 업체들의 가격 전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3%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지난해 4분기 물가상승률이 크게 상승한 점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작용해 하반기에 접어들면 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Q.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면 긴축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1.50%까지 올리게 되면 긴축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가.
A. 현재 긴축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경기와 물가, 금융불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수준의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평가할 예정이다. 만약 1.5%까지 기준금리가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경제 흐름 추정 기준인 중립금리, 준칙금리 등을 감안해보면 긴축 수준으로 볼 순 없다.
Q. 지난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약 9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가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은. 기준금리 인상 시 부채발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는데.
A. 가계 소비를 제약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이자 상환 부담은 계층별로 다르다 보니, 취약계층의 경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비의 흐름을 볼 때는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본다. 부채발 리스크는 금융시스템 차원의 리스크를 일차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데 현재 고신용자 중심으로 부채가 많이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전체 차주의 75%가 고신용자이며 저금리 영향도 있겠지만 연체율 역시 높지 않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자본의 적정성 또한 상당히 양호한 상황이다. 아울러 부채 측면만 보면 부담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이자 수익이 늘어나는 부분도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시장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으니 가계는 거기에 대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소득 수준에 비해서 과도한 부채는 감축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금리 변동 위험에서도 변동금리 비중을 줄이는 등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Q.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기획재정부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편성을 발표했다. 추경을 하면 국채 발행이 불가능하고 이자부담이 커지면 한은은 금리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 한은은 돈을 조이고 기획재정부는 돈을 푸는 정책인데 서로의 정책 효과를 억제하는 것은 아닌가.
A. 현재 상황에서 엇박자로 볼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 경제 회복 속도가 부문별로 다르게 나타났는데, 현재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거시여건에 맞춰 성장이나 물가, 금융불균형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고 불균등하게 회복하는 과정 중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정부(재정)가 나서 역할을 해야 한다.
Q.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하반기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에 따른 국내 시장의 충격은 어떻게 평가하나.
A.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생각보다는 빨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연준의 통화정책은 중요한 고려요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고 양적 긴축까지 더한다면 신흥국의 시장 내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 연준의 정책 방향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고 대외건전성도 양호하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특히 우리는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일단은 국내 경제를 우선으로 고려할 여지가 생겼다.
Q. 가계대출 증가세와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했다. 향후 전망은.
A. 연초가 되면서 금융기관이 대출을 재개하는 만큼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아질 수 있다. 주택가격의 경우 가격 상승 기대감이 많이 약해지면서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 상승세도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은 금융 외 다른 요인에 의해 상당히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렵다. 가계대출의 경우 가계대출 관리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출 수요자 자체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고 연초가 되면서 금융기관 대출이 재개되는 만큼 증가세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주택가격 상승세도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된 건 사실이지만 주택거래량도 같이 크게 감소한 것을 감안할 때 가격 둔화 흐름이 추세적인지는 계속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