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12일(현지시간)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기업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에 있는 자산이 동결되고, 이들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제재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제재 대상 북한 국적자 중에는 북한 국방과학원에서 일하는 인사 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다롄과 선양 등지에서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부품 조달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인은 파르섹 LLC의 임원으로 최소 2016년부터 2021년 동안 제재 대상에 오른 또 다른 북한 국적자 1명과 항공유, 베어링 등 탄도미사일 관련 물품 조달에 협력하고, 고체 로켓 연료 혼합물 제조법을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과학원은 북한의 국방관련 연구와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주도할 뿐만 아니라 물품과 기술 확보 등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하부 조직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이번 제재에 대해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을 막고 관련 기술 확산 시도를 저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북한이 작년 9월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해 6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유엔 안보리에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요구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북한은 2021년 9월 이후 탄도미사일 6발을 발사했으며, 이는 각각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면서 "이는 오늘 국무부, 재무부가 (북한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 더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의 첫 미사일 관련 대북 제재가 발표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도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한 채 도발을 이어가면서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추가 제재라기보다는 기존 결의, 기존 결의 제재 대상에 추가 지정을 요청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서 미국 행정부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및 외교를 모색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번에 안보리 제재 대상 추가 지정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이 대북제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사전 소통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우리 측은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사전 통보를 받는 등 소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하에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체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미국의 이번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대화와 동시에 대북 제재 이행이 긴요하다는 기존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측은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으며, 완전한 비핵화 달성 시까지 기존의 대북 제재를 지속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화 관여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혀 왔다"며 "이번 제재와 함께 나온 성명에서도 다른 한편에선 대화, 외교를 하겠다는 입장이 담겼다. 미국 측 기존 입장이 반영된 조치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