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토교통부와 건축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부실 시공과 사고에 취약한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을 살펴보면 23~38층 사이 외벽과 구조물이 도미노처럼 연이어 무너져 내렸는데, 이는 콘크리트 양생 불량과 설계 구조상의 취약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 아파트는 흔히 쓰이는 벽식구조가 아니라 하중을 지탱하고 있는 수평구조 부재인 보가 없는 기둥과 슬래브 구조인 무량판구조로 건설 중이었다.
반면, 무량판구조는 소음이 기둥을 통해 빠져나가 벽식구조보다 층간소음이 덜하고 내력벽을 제외한 벽을 철거할 수 있기 때문에 추후 리모델링시 구조 변경이 쉽다. 그러나 벽식구조에 비해 하중 부담이 커 부실시공 등 위험변수가 발생하면 사고에 취약할 수 있다.
안형준 전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붕괴 사고는 여러 가지 불안정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발생한다"며 "최근에는 아파트의 창을 크게 내기 위해 무량판구조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중을 받아야 할 벽이 하중을 받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이나 벽을 최소화한 설계 구조상 취약점이 이번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공동주택 시공 시 설치하는 '갱폼(외벽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외벽 등이 붕괴한 것이 아파트 붕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사고 현장에서는 레일 일체형 시스템(RCS·Rail Climbing System) 공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RCS는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갱폼을 유압으로 올리는 자동화 방식이다.
시스템 폼은 3개 층에 걸쳐 설치되는데, 하층 2개 층이 갱폼의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공법은 비용을 절감하고 공정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비 자체가 무거운 탓에 대형 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
국토부의 발표대로 갱폼 붕괴가 이번 사고의 최초 원인이라면 이는 고정 불량, 콘크리트 하중 작용, 강풍의 영향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조 자체의 결함보다는 현장 근로자의 숙련도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작업 속도 등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2주 정도의 양생을 거쳐야 안전한데 이 과정을 잘 거치지 않고 작업을 서두르다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물이 붕괴된 단면에 드러난 철근을 살펴보면 비교적 깨끗한 편인데, 이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제대로 결합하기 전 추가 공사가 진행되다 무너졌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란 분석이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해당 공정은 기계적으로 하지 않고 사람이 인력으로 앵커 등 체결해야 해 숙련도가 중요한 작업"이라며 "외국인 노동자 등으로 작업자의 숙련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법상 안전기준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감리나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어야 했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최소 두 달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국토부는 전날 건축시공, 건축구조, 법률 분야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나섰다. 현장조사와 관련 서류 검토, 적정성 검토, 시뮬레이션 등이 필요한 만큼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실종된 작업자를 구조하는 것과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원인규명 조사가 미뤄지고 있다"며 "추가 사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일단 수색과 안전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