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령 코로나19 감염자의 중증도·전파율이 저연령 감염자보다 높을 것이라는 가설이 동물실험을 통해 사실로 증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바이러스연구센터장(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동물실험으로 저연령 감염자보다 고연령 감염자의 코로나19 중증도와 전파율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진은 인체감염 동물모델로 널리 사용되는 '페렛'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3개 연령군(6개월 이하, 1~2년, 3년 이상)으로 나누고, 연령군별로 감염체가 숙주에 전파돼 감염으로 병을 일으키는 능력을 뜻하는 '병원성'을 비교했다. 저연령 페렛은 병원성·증식성이 낮아 밀접 접촉한 다른 동물로의 전파원이 되지 못했다. 고연령 페렛은 증식성과 다른 동물로의 전파율이 매우 높았고, 폐에서 바이러스 RNA 양성 세포가 다수 검출되고 중증 폐병변이 나타나는 등 중증도 또한 높았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은 저연령 페렛은 빠른 면역 반응 후 조직재생을 위한 다양한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지만, 고연령 페렛은 감염 초기부터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 발현이 현저히 늘고 면역세포(대식세포·자연살해세포 등)가 과활성돼 심각한 염증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사이토카인은 신체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로 사용되는 당단백질로,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발현되면 바이러스뿐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각 실험 결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이런 현상이 중증을 겪거나 사망한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나타난 면역학적 변화와 매우 유사함을 확인했다. 중증 환자와 고연령 페렛의 유전체에서 감염 초기 염증성 사이토카인(제 I형 인터페론)과 M1 대식세포의 과활성이 고령층에서 중증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임을 밝혔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비해 고령층의 바이러스 전파율과 병원성이 높게 나타남을 입증했다.
최영기 센터장은 "숙주 연령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전파율이 큰 차이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최초로 증명했다"며 "중증·고령환자를 위한 맞춤형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4.919)' 온라인판에 1월 10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