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BH에 방역기획관이란

2022-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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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왼쪽)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BH)에는 이런저런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금기어’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모란 방역기획관 얘기다. 기 방역관 근황과 역할이 화제에 오를 때면 여지없이 분위가 냉랭해지거나 다른 주제로 급하게 넘어간다.
 
청와대는 참모진과 소통 확대를 요구하는 출입기자들 요청에 대체로 “공감한다” “앞으로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라도 내놓지만 기 방역관에 대해선 소위 ‘철벽’을 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기 기획관이 병상 확보 태스크포스(TF)에도 들어가지 않는 등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과 관련해 “청와대가 최종 컨트롤(타워)인 건 맞지만 방역 관련 메시지를 청와대가 발표하고, 중대본이 발표하고, 질병청이 얘기하면 국민이 얼마나 혼란스럽겠느냐”면서 “기 기획관은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모든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방역 전문가이지 병상을 확보하는 행정 전문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그래도 외국보다는 낫다’는 논리다.
 
실제 미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주 사이 3배 이상 급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한때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까지 줄어들었던 일본은 4개월 만에 8000명대를 돌파했다.
 
반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현재의 국내 방역 정책은 ‘지옥’과도 같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6일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불리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45일 만에 중단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다섯 번째였다.
 
문 대통령은 “위중증 환자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같은 달 18일부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이 4인까지 축소되고 식당·카페 영업은 밤 9시까지로 제한되는 등 강력한 방역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임명된 지 9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 기 기획관의 임명이 부적절했고, 잘못된 인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 4월 기 기획관 임명 당시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백신 확보가 급하지 않다는 그의 과거 발언과 남편의 선거 출마 이력 등을 문제 삼으며 친정부 성향으로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임명 철회를 주장했다.
 
과거의 논란과 그에 따른 비판 여론은 앞으로 과제 완수로 입증해내면 된다.
 
기 기획관에게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각종 현안이 쌓여 있다.
 
특히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상황이 심상치 않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은 12.5%다. 지난해 12월 1일 처음으로 국내에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타난 이후 미세하게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12월 넷째 주 8.8%에서 지난주 12%대로 치솟았다.
 
문 대통령도 지난 10일 수석비서관·보좌관(수보) 회의에서 “방역당국도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일단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 확진자 수가 일시적으로 다시 치솟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신처럼 도입이 늦었다고 비판을 받았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가 우여곡절 끝에 이번 주 국내에 도입된다.
 
특히 지난 10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까지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이 확대되면서 기본권 침해는 물론이고 형평성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법원이 지난 4일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에 제동을 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이 잇따르고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다.
 
박 수석이 설명한 것처럼 방역패스 문제는 행정의 영역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얼마나 방역에 실효성이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은 방역의 문제다.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도 마찬가지다.
 
백신을 맞지 못하는 임신부가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근무하는 직원이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방역패스가 방역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코로나19 방역은 실행 주체라고 할 질병관리청 외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 범정부 조직이 한두 개가 아니다.
 
여전히 국민들은 청와대가 방역기획관을 왜 신설했는지, 기 기획관이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른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기 기획관의 역할이 아니다’고 항변하는 것보다 명확한 역할이 궁금한 것이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사과를 할 정도의 위중한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기 기획관이 한 번쯤은 직접 언론에 나와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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