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50분간 전화 통화...우크라 사태 놓고 신경전

2021-12-3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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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1월 10일 양국의 실무 협상을 앞두고 전화 통화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지만, '원만한' 갈등 해소를 위한 발판 역시 놓았다는 평가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두 정상이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3시 35분(우리시간 31일 새벽 5시 35분)부터 50분 동안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면 양자회담을, 이달 7일에는 화상 회담을 진행했다. 그간 양국은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소련에 소속해 러시아의 동구권 영향력에 있던 우크라이나가 서구 세력권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러시아 측이 이에 반발하며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약 10만명의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이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 시도로 규정하고 경계감을 높였고, 러시아는 자기 방어를 위한 자국 내 군사 재배치라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측은 미국과 서구 측에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의 나토 가입 금지 등 나토의 동진 금지를 문서화한 안전보장 협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이날 전화 통화 역시 우크라이나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부인했지만, 자국의 요구가 충족하지 않을 경우 '모든 종류'의 선택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군사적 해결책을 배제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특히, 그는 미국과 서구 세력이 자국에 추가 경제 제재를 발효하는 것은 '후손들이 후회할 실수'라며 양 세력의 관계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재침공할 경우 미국과 동맹·협력국은 단호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있으며 이는 상당한 비용과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모스크바가 군사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제안 중 몇 가지는 협상 대상이 아니지만 다른 요구를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해 외교적 해결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목요일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침공할 경우, 미국과 동맹·협력국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면서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대화의 실질적인 진전은 (러시아 군사 활동의) 확대가 아닌 '축소'의 환경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도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만, 양국은 외신에서 이날 대화가 상당히 의미있었다고 입을 모아 평가했다. 특히, 스위스 제네바에서 오는 1월 10일 열리는 미·러 안전보장 1차 협상, 12일 열리는 나토-러시아(-미국) 회의, 13일 진행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러시아(-미국) 회의에서의 양 세력의 '논조(tone and tenor)'를 정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CNBC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대화의 어조가 진지하고 실질적이었다"면서 "두 정상은 양국이 의미있게 진전할 수 있는 영역과 합의가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고, 다음 달 협상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역시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와 억제라는 두 가지의 길을 제시했다"면서 "이날 대화가 향후 회담에서 논의될 각 논제들의 윤곽을 보다 명확하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측의 유리 우샤코프 푸틴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날 대화가 솔직하고 유익하며 구체적이었다"면서 "향후 회담을 위한 좋은 배경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푸틴 대통령은 안전보장 협정에 러시아가 제시한 기본 원칙을 자세히 설명했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원칙적으로 이 관점에 동의했다"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전략 무기를 배치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했고, 이는 우리(러시아)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전문가인 사이먼 마일스 미국 듀크대 조교수(소련·러시아 전문가)는 CNBC에서 두 정상의 대화가 생산적이었지만, 사태 해결에는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두 정상의 통화로 유럽 안보는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면서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를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이 만든 위기라는 점이며, 푸틴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7일 두 정상의 화상 회담 이후 양국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충돌 긴장감을 완화하기도 위한 약속을 한 바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전략 무기를 배치하지 않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만명의 군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달 2일까지 양국의 약속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은 해당 약속을 지키고 있으나, 러시아는 아직 병력 철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보 당국은 해당 지역의 위성사진과 정찰기를 통해 아직 군 병력 철수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러시아가 약속을 지킬 것이란 신뢰가 미약하다고 밝힌 상태다.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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