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규제 조치로 집값이 4분기 들어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올해 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넷째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3.25% 올랐다. '집값 몸살'을 앓았던 지난해(7.04%)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2006년은 판교, 위례 등 2기 신도시 개발 호재 등으로 이른바 '버블세븐'(강남권 3구·목동·분당·평촌·용인)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올해 아파트 시장은 주택 공급 감소 우려와 중저가 매수세 등의 영향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20~30대 매수행렬이 계속됐고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도 성행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전국 집값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누계 상승률이 16.28%에 달했다.
인천(22.56%)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경기(20.76%)도 2006년 이후 처음으로 20%대 상승률을 보였다.
의왕(38.56%), 시흥(37.26%), 안양 동안(33.81%), 안산(32.49%), 군포(31.80%), 오산(30.22%) 등 집값이 30% 이상 오른 곳도 속출했다.
이는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진 상승세가 수도권 중저가 지역으로 번진 영향이 컸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교통 호재와 3기 신도시가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수도권 외 지방도 대부분 지난해보다 상승폭을 키웠으나, 세종시는 2020년 급등(42.37%) 피로감 등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락 전환(-0.68%)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폭발적인 유동성 증가, 작년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급등 지속, 공급 불안이 겹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집값이 동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폭이 점차 축소되는 모습이다. 27일 기준 서울의 주간 상승률은 0.05%에서 0.04%로, 수도권은 0.07%에서 0.04%로 오름폭을 좁혔다.
서울 강북·도봉·은평구뿐 아니라 경기 시흥·광명·화성 등 곳곳에서 집값이 빠지며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리모델링 등 일부 호재가 있거나 저평가된 중저가 단지는 상승했으나 대부분 지역에서 매수세가 감소하며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