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진행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수사를 비롯해 윗선 규명과 정관계 '50억 클럽' 실체 규명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약 석달 동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이상 구속기소), 천화동인5호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 총 5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10월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한 후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성남시 전·현직 공무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실무진에 불과해 현재까지 의혹 규명에 필요한 유의미한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의혹에 연관된 인물이 유력 대선 후보인 만큼,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여야 후보 간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 대상자들이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진술들을 내놓겠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반전 끝난 대장동 수사...후반전 '50억 클럽' 수사 제자리
앞서 구속기소 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까지 재판에 넘겨지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을 둘러싼 배임 의혹 수사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50억 클럽' 의혹 수사도 제자리걸음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말 화천대유에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25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검찰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되도록 곽상도 전 의원을 재소환조차 하지않고 있다. 다른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머니투데이그룹 홍선근 회장 등도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최종 사건 처리까지는 더 시일이 필요하는 게 법조계 다수 의견이다.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봐주기수사-대장동 의혹과 인과관계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달 20일 이모 전 씨세븐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초기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이 전 대표는 2008년 부동산개발업체 씨세븐 대표로 있으면서 대장동 민영 개발을 추진했다.
그는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자문단으로 영입하는 등 초기부터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들과 교류했다. 이후 2010년 취임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이듬해 대장동 개발을 성남시 주도 공영개발로 바꾸면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사업에서 빠졌다.
이 전 대표가 재직할 당시 씨세븐은 성남시가 2005년부터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이 공영개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2009년부터 이 전 대표와 함께 개발 토지 확보를 위해 원 소유자들을 설득해 매매 계약에 서명하게 하는 ‘지주 작업’을 했다. 그러다 남 변호사 등은 2011년 대장동 개발사업이 공영방식으로 추진되자 이 전 대표 지분과 경영권을 사들여 민영개발 전환을 도모했다.
검찰은 이 전 대표와 더불어 대장동 사업 원년 멤버인 조모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씨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인척이다. 조씨는 대장동 사업 초기 이 전 대표에게 대출을 알선해 주고 10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2011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몸담았던 대검 중수부는 조씨를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4년 뒤 수원지검 수사로 조씨는 2년 6개월 실형이 확정됐다. 당시 조씨의 변호사가 박영수 전 특검, 사건 주임 검사가 윤석열 후보임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검찰 수사 휘청...'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들 잇단 사망
이런 상황에서 사건 관계자들이 연거푸 극단적 선택을 해 검찰 수사가 휘청이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관련해 지난 10일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 사퇴 압박 의혹 등으로 수사 받아온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사망한 데 이어 21일엔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개발사업 선정 시 화천대유 편파 평가’ 의혹 등을 받아온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까지 숨진 채 발견됐다.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건 관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되풀이된 만큼, '강압 수사' 등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윗선' 수사도 다시 제동이 걸렸다. 유 전 본부장 사망 이후 한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검찰은 조만간 사업 결재라인에 있던 성남시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또 한 번 타격을 받게됐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으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중도 사퇴시키는 과정에서도 유한기 전 본부장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최측근인 정진상 정책실장 등 상부 지시를 언급한 녹취록이 나오기도 했다.
김문기 처장은 2015년 2월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 주무 부서장을 맡았다. 당초 개발사업2처(당시에는 팀제)가 주무 부서였으나 2015년 2월 4일 성남시의회로부터 대장동 사업 출자 타당성 의결을 받은 직후 주무 부서가 개발1처로 바뀌었다.
그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핵심 인물이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김문기 처장은 또 민간 사업자 선정 당시 유 전 기획본부장의 지시를 받던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심사위원을 맡아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법정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수사를 검찰이 연내에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하루라도 빨리 수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다급함과 그 안에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만한 수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등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