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다양한 목소리로 문화계 변화 가져온 2030

2021-12-25 06:00
  • 글자크기 설정

도서·평론 분야 등 두각...같은 90년대생 공감 얻으며 확장

 'SeMA-하나 평론상'을 수상한 비평가 이연숙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유튜브 캡처]


“모든 꼰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바로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지.”
 
심너울 작가의 소설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우리 사회 숱한 부조리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담긴 소설집이다. 현대인들의 공감 포인트를 유쾌하게 그리는 한편 사회 문제들의 씁쓸한 잔상을 곱씹게 한다.
 
90년대 생의 작품은 90년대 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스24가 최근 2년 사이 도서를 출간한 1990년부터 1999년 사이 출생 작가 35인의 전체 출간 도서에 대한 독자 성·연령 비율을 분석한 결과 20대(23.4%)와 30대(28.1%) 독자 비율이 51.5%로 과반을 차지했다.
 
특히 2021년 기준, 전체 도서 구매자의 12.4% 비율을 차지한 20대가 90년대생 작가들의 도서에서는 2배 가량 높은 구매 비율을 보인 점을 주목할 만하다. 30대 역시 동일한 기준에서 1.3배 가량 높은 구매율을 나타냈다.
 
최근 2년 사이 책을 출간한 90년대생 작가 35인의 대표작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사회 분야 도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낯설고 새로운 감각으로 삶의 이면을 포착하는 소설부터 솔직 대담한 문장으로 우리 모두의 고민을 풀어 가는 에세이와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폭로하며 변화의 화두를 던지는 사회 분야 도서들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전하는 젊은 예술가 이길보라 감독의 에세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는 작가가 네덜란드 유학 생활에서 얻은 배움의 기록이다. 사회의 기준이나 부모의 의지를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 청년의 섬세한 시선과 유쾌한 사유를 담았다.
 
임명묵 작가의 'K를 생각한다'는 소비 주체가 아닌 정치적 주체, 시민으로서 90년대생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과들과 밀레니얼 세대의 좌절감이 결국 같은 뿌리에서 비롯됐음을 역설하며 청년의 목소리로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다.
 

[사진=예스24]


2030세대는 평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으로 한국 현대미술 평론 활성화를 위해 격년제로 시행하는 국공립 미술관 최초 평론상인 'SeMA-하나 평론상'이 지난 12월 16일 시상식을 가졌다.
 
4회 만에 나온 단독 수상자는 1990년생 신진 비평가 이연숙 씨다. 수상자 이연숙은 1990년생으로 서울대 미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같은 대학 협동과정 비교문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하는 한편, 소수자 문화의 저항형식과 스타일에 관심을 두고 팟캐스트 진행자, 기획자, 저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연숙은 ‘비체(abject)’의 개념을 통해 여성·퀴어 예술가들의 작품 속 물질과 실체, 정서를 분석하고, 타자적 존재의 감각을 세상과 인식의 혐오로부터 구해내고자 하는 응모작「‘비체적’ 정서의 내장 만지기 : 이미래의 《캐리어즈 Carriers》」로 2021 SeMA-하나 평론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21 SeMA-하나 평론상은 심사위원장 문혜진(미술평론가), 심사위원 김남시(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김영민(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문영민(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미술학부 교수), 이임수(홍익대 예술학과 교수)와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운영부장의 심사로 진행됐다.
 
김영민 교수는 “자체에 내장된 동력, 리듬, 통찰, 지성, 정념, 아름다움, 감수성과 '미친 맛'으로 인해, 읽을 만한 평론을 생산할 잠재력을 가졌다”라고 평했다.
 
비평가 이연숙은 서울시립미술관 유튜브를 통해 “2012년부터 ‘퀴어방송’이라는 팟캐스트를 했다. 어떻게든 자기 삶을 설명하려는 방식에서 내가 얻게 되는 소스들이 있다. 그런 것에 대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이상한 책무감이 조금은 있다”라며 “이들이 하는 미술, 글, 만화, 영화 등을 엮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