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 네이버클로바 서비스기획담당 매니저는 지난 17일 네이버클라우드서밋 2일 차 기술 트랙의 '모두가 쉽게 만드는 AI, 클로바스튜디오'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수천억 토큰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한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하는 네이버의 '클로바스튜디오'를 통해 글쓰는 작업을 포함한 창작에 드는 시간과 서비스 운영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클로바스튜디오는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처럼 코딩을 할 줄 몰라도 쉽게 AI를 만들 수 있는 '노코드(No code) AI'를 지향하는 AI 개발도구다. 사용자가 간단한 작업지침, 설정값(파라미터), 예제를 입력하면, AI가 그 패턴·조건에 맞는 문장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외형은 친숙한 블로그 서비스의 편집기 또는 오피스 프로그램의 문서 작성 화면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다.
김 매니저는 "클로바스튜디오는 여러분의 글쓰기를 보조하는 훌륭한 어시스턴트 역할을 해 줄 것"이라면서 "창작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로바스튜디오는 네이버 사내에서 비공개 테스트 단계에 와 있고, 조만간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일반 사용자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코딩 몰라도 문장 생성·요약·분류, 번역·변형, 대화 AI 제작 OK
클로바스튜디오가 활용하는 초거대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는 확률을 기반으로 다음에 나올 단어를 예측해 문장을 완성한다. 예를 들어 모델에 '저'라는 말이 주어지면 이어질 단어로 '나무', '꽃', '산' 등이 예측되고, 이 가운데 가장 확률이 높은 '나무'가 선택된다. 다음으로 '를', '는', '에'라는 말이 예측되고 가장 높은 확률인 '에'가 선택돼 최종적으로 '저 나무에'라는 결과가 표시된다.
이런 모델의 세부적인 동작이 설정값 조절로 달라질 수 있다. 톱P(Top P)라는 값은 예측되는 단어 후보를 확률값이 높은 순서대로 정렬하고 그중 기준치보다 낮은 확률의 후보를 제외하고 선택해 쓰인다. '템퍼래처(Temperature)'는 '낮출수록 자연스럽지만 정형화된 문장' 또는 '높일수록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의외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값이다.
김 매니저에 따르면 클로바스튜디오를 사용해 AI 기반 문장 생성 작업을 시작할 때 지시문과 예제를 포함하는 '프롬프트(prompt)'를 작성해야 한다. 프롬프트에 입력되는 정보는 AI가 어떤 작업을 수행할지에 대한 지침이 된다. 김 매니저는 "예제를 주면 그 패턴대로 하이퍼클로바가 문장을 생성한다"며 "요청을 입력하고 실행을 명령하면 결과가 출력된다"고 말했다.
클로바스튜디오의 활용 가능성은 그 핵심인 하이퍼클로바의 능력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김 매니저는 문장 생성(Generation), 요약(Summarization), 분류(Classification), 변형(Transformation), 대화(Conversation) 등 분야별로 하이퍼클로바의 대표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달변이 체질…클로바스튜디오의 두뇌 '하이퍼클로바'
AI의 문장 생성 능력을 활용하면 클로바스튜디오 사용자가 다양한 분야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문단, 대본, 스토리 생성도 가능하다. 이메일이나 보고서를 대신 써 줄 수도 있다. 김 매니저는 감성적 언어가 많이 쓰이는 음악서비스에 '음악'과 '술'을 소재로 새로운 마케팅 문구를 만드는 과정을 예로 들었다.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재즈'와 '레드와인'을 입력하자 "붉은빛의 매혹적인 레드와인처럼 짙은 풍미가 느껴지는 재즈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이야기들"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술 종류를 '화이트와인'으로 고치니 "달콤한 과일 풍미가 매력적인 화이트와인처럼 청량하고 깔끔한 느낌의 재즈"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김 매니저는 "브릿팝·IPA맥주, 트로트·을지로노가리, 국악·소주, 어떤 입력값을 넣어도 하이퍼클로바는 적절한 문장을 만들어낸다"면서 "이런 일은 하이퍼클로바가 가장 잘하는 영역으로, 대량의 (문장) 데이터를 만들어내야 하는 작업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케팅 문구만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제공할 새로운 서비스나 신기능을 개발하는 과정에 필요한 기반 데이터를 뚝딱 만들 수도 있다. 최근 네이버는 매장·사업장 이용자가 '별점' 대신 '키워드'를 선택해 평가하는 키워드 리뷰를 도입했다. 이런 서비스에서 단순 키워드 추출 방식으로 광범위한 업종별 특성에 맞춰 다양한 키워드를 제공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더 쉬워진다.
김 매니저는 "클로바스튜디오에 '식당'이나 '병원' 업종과 이 업종의 키워드를 예제로 넣고, '풀빌라'라는 업종의 키워드 생성을 실행하면 풀빌라 리뷰용 키워드가 한꺼번에 생성된다"면서 "업종별로 특성을 파악하고 키워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드는 리소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단 '한 줄 요약'부터 토씨로 뉘앙스 파악·분류까지
김 매니저는 같은 과정을 통해 다른 영화 줄거리 한 문단을 제시하고 역시 매끄러운 한 줄 요약을 제시하는 결과를 보인 뒤 "이미 존재하는 영화라서 요약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시놉시스는 제가 오늘 발표를 위해 직접 창작한 것"이라며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인데도) 핵심 단어를 바탕으로 요약문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퍼클로바의 다른 주특기는 문장의 유형·감정 등에 나타나는 '특징'이나, 문장의 내용에 담긴 감정·사실·의견 등을 가려내는 구분·분류 동작이다. 김 매니저는 소비자 리뷰를 분석해 문구에 실린 감정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파악하고, '양도 많다(긍정)', '양은 많다(보통)', '양만 많다(부정)' 등 조사에 따라 달라지는 뉘앙스까지 파악할 수 있는 AI를 선보였다.
시연된 또 다른 AI는 '숨쉬기 힘들다'고 입력하면 '호흡기내과', '귀에 물이 들어갔다'고 하면 '이비인후과', '갑상선 검사를 하고 싶다'고 하면 '내분비내과' 등으로, 적절한 병원 진료 과목을 제시했다. 김 매니저는 "과거에 이런 동작을 하는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레이블을 학습시켜야 가능했지만 저는 단 몇 줄의 예제로 질문을 파악해 알맞은 진료과를 안내하게 했다"고 말했다.
AI의 '변형' 능력으로 한국어·일본어·영어 간 번역과 문체 변환을 할 수 있다. 시연된 문학작품의 번역 결과물은 기존 AI 번역보다 일관된 문체를 유지하고, 직역보다는 작품 특성에 맞는 한국어 표현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 텍스트 작품에도 변형을 적용하면 일반 문체를 '사투리', '사극', '성경' 투로 바꾸거나, 무미건조한 문장에 감성적인 표현을 첨가하는 것도 가능했다.
김 매니저는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이름이 한 번에 읽히지 않을 만큼 복잡하게 쓰인 경우가 많은데 이걸 단순화해 가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실제 클로바 MD 서비스에 AI 문장 변환 기술을 적용해 상품 생성 페이지에서 복잡한 상품명을 간소화한 결과 가독성을 높이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로바 어시스턴트에도 '개인취향', '기억력' 생긴다
클로바스튜디오의 프롬프트를 통해 손쉽게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방법이 시연됐다. 프롬프트 영역에 "클로바는 착한 성품을 가진 다정하고 친근한 비서다"라는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돌고래"와 "초록색"을 좋아한다는 취향을 정해 놓았다. 이 AI는 이제 동물원에서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것을 물으면 '돌고래쇼'라고 답하고, 가장 좋은 무지개색으로 '초록색'을 꼽는 AI가 된다.
이 AI는 대화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고 있어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 시연에서 갈비찜 조리법을 물은 뒤 설탕의 대체재로 '올리고당'을 답하고 '토마토'와 '치즈'로 만들 수 있는 요리로 '카프레제'를 답한 다음, 다시 "아까 설탕 없을 때 뭐 넣으라고 했더라"하면 다시 "올리고당"이라고 답하고, "그게 무슨 요리였지" 물으면 최초의 주제인 "갈비찜"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김 매니저는 "다양한 직군의 직원들이 수백 개의 예제를 만들어 탐구하면서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이퍼클로바에는 AI 윤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AI 필터와 같은 발화 제어장치가 갖춰져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프롬프트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될 수 있다"며 "어떤 결과를 만들지는 여러분의 상상력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