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가 추후 진출할 수 있는 지역으로 유럽·중동·일본 등이 거론된다. 유럽과 중동은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이면서 초거대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가 여럿 포진한 지역으로 꼽힌다. 일본은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의 최대 서비스 지역인 데다가 네이버와 지분 관계를 맺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자리잡고 있어 이들을 통한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네이버의 기본적인 AI 전략은 '소버린 AI'다. 특정 국가와 기업에 데이터가 종속되지 않고 개별 국가·기업이 AI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에 대한 소유·관리권을 온전히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네이버는 비영어권 국가들의 자체 언어모델 구축 지원과 맞춤형 AI 시스템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꾀할 전망이다.
이에 스페인 등 유럽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이러한 전략을 하이퍼클로바X 출시 전부터 밝혀 왔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지난 5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정치적으로 예민한 관계에 놓인 아랍 국가나 자신들의 정치·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AI 시스템을 정부가 만들고 싶어 하는 비영어권 국가인 스페인·멕시코가 AI 모델 제공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의 일본 진출을 본격 추진한다면 소프트뱅크와의 협업도 가능할 전망이다. 양사는 지난 2021년 지분 50대50으로 합작사인 A홀딩스를 설립하고, 라인과 야후재팬을 거느린 중간지주회사 Z홀딩스를 산하에 두며 공동경영 체제를 수립했다. 야후재팬 등 소프트뱅크가 서비스하는 다양한 서비스로의 하이퍼클로바X 접목도 기대된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자체 초거대 AI 개발을 시도하는 중이다. 이달 초 일본어 특화 초거대 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한 자회사 'SB 인튜이션즈'를 설립했다. 소프트뱅크가 오는 2024년 3월 생성 AI 개발에 활용할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하면 자회사에서 강화학습을 위한 모델을 개발, 본격적으로 일본어 LLM을 개발하는 식이다. 다만 소프트뱅크가 다양한 언어모델을 활용하는 '멀티엔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여전히 하이퍼클로바X 관련 협업 가능성은 남아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4일 'DAN23' 콘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긴밀하게 협력을 논의하는 글로벌 파트너가 있다"며 해외 진출 가능성을 암시했다. 다만 아직 해당 업체가 Z홀딩스인지는 미지수다. 네이버는 야후재팬, 라인 등과 AI 관련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또 같은 날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는 LLM과 관련해 Z홀딩스와 논의한 바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퍼클로바X가 순조롭게 해외에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국내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