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가 미·중 패권 경쟁의 유탄을 맞고 있지만 기업들은 불만도 표현하지 못한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반도체와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은 매그나칩반도체 미국 본사 주식 전량을 양수·도하는 14억 달러(약 1조 6605억원) 규모의 거래를 최종 포기했다.
매그나칩은 통신, 사물인터넷(IoT), 소비재, 산업,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앱)을 위한 아날로그·혼합 신호 반도체 플랫폼 솔루션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기업이다. 본사는 미국에 두고 있지만 경북 구미 공장 등 핵심 시설이 국내에 있고 주요 경영진 역시 한국인이다.
매그나칩과 와이즈로드는 올해 3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미국 재무부는 지난 8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합병의 결과가 초래할 국가 안보에 대한 위험성을 확인했다”며 “이와 같은 위험성을 완화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통보했다.
매그나칩은 CFIUS 승인을 얻기 위해 수개월 간 노력했으나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매그나칩 매각 불발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현재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는 동시에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매그나칩 매각 무산에 앞서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공장 선진화를 위해 추진하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반입도 지난달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중국에 던진 미국의 견제구에 한국 기업이 유탄을 맞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우시 공장 EUV 반입과 관련한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극도로 말을 아끼며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초 “비용이 더 들어가는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도 중국 공장은 계속 돌아갈 것이고 용인에도 얼마든지 더 크게 투자할 수 있다”며 플랜B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을 뿐이다.
매각이 무산되고 사업이 틀어져도 기업들이 비명조차 내지 못하는 것은 중국과 미국 시장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한국의 반도체 수출과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1.4%, 37.9%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적 수출·수입액을 보면 대중 수출 비중은 각각 38.8%, 36.9%로 1위다. 2위인 홍콩이 같은 기간 21.3%(수출), 26.1%(수입)의 비중을 차지한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미국 역시 데이터센터와 메타버스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세워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은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직간접적인 제재를 통해 기업의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정 기업에 직접적으로 제재가 가해지는 게 아니라 강대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유탄을 맞는 상황도 기업이 침묵을 선택하는 데 한몫을 한다.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기업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실시간으로 계산기를 두들기며 대응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서는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외교 논리에 휘말리는 게 가장 큰 골칫거리”라며 “그렇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임기응변으로 각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모두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며 “각 기업이 치밀한 계산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사에 이득이 되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미·중 패권경쟁 속 국내 반도체 업계의 상황을 진단했다.
국내기업들도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경영진의 체급을 높이면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가 대표적이다. LG는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 선임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바 있고, 삼성도 최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최윤호 사장을 삼성SDI 대표로 내정했다. SK 역시 SK온 대표에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을 선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그룹 내 권한이 많고 영향력이 강한 인물들을 선봉장으로 내세워 업계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반도체와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은 매그나칩반도체 미국 본사 주식 전량을 양수·도하는 14억 달러(약 1조 6605억원) 규모의 거래를 최종 포기했다.
매그나칩은 통신, 사물인터넷(IoT), 소비재, 산업,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앱)을 위한 아날로그·혼합 신호 반도체 플랫폼 솔루션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기업이다. 본사는 미국에 두고 있지만 경북 구미 공장 등 핵심 시설이 국내에 있고 주요 경영진 역시 한국인이다.
매그나칩과 와이즈로드는 올해 3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미국 재무부는 지난 8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합병의 결과가 초래할 국가 안보에 대한 위험성을 확인했다”며 “이와 같은 위험성을 완화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통보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매그나칩 매각 불발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현재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는 동시에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매그나칩 매각 무산에 앞서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공장 선진화를 위해 추진하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반입도 지난달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중국에 던진 미국의 견제구에 한국 기업이 유탄을 맞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우시 공장 EUV 반입과 관련한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극도로 말을 아끼며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초 “비용이 더 들어가는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도 중국 공장은 계속 돌아갈 것이고 용인에도 얼마든지 더 크게 투자할 수 있다”며 플랜B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을 뿐이다.
매각이 무산되고 사업이 틀어져도 기업들이 비명조차 내지 못하는 것은 중국과 미국 시장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한국의 반도체 수출과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1.4%, 37.9%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적 수출·수입액을 보면 대중 수출 비중은 각각 38.8%, 36.9%로 1위다. 2위인 홍콩이 같은 기간 21.3%(수출), 26.1%(수입)의 비중을 차지한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미국 역시 데이터센터와 메타버스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세워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은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직간접적인 제재를 통해 기업의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정 기업에 직접적으로 제재가 가해지는 게 아니라 강대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유탄을 맞는 상황도 기업이 침묵을 선택하는 데 한몫을 한다.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기업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실시간으로 계산기를 두들기며 대응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서는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외교 논리에 휘말리는 게 가장 큰 골칫거리”라며 “그렇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임기응변으로 각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모두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며 “각 기업이 치밀한 계산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사에 이득이 되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미·중 패권경쟁 속 국내 반도체 업계의 상황을 진단했다.
국내기업들도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경영진의 체급을 높이면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가 대표적이다. LG는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 선임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바 있고, 삼성도 최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최윤호 사장을 삼성SDI 대표로 내정했다. SK 역시 SK온 대표에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을 선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그룹 내 권한이 많고 영향력이 강한 인물들을 선봉장으로 내세워 업계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