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아파트 분양원가 산정 기준이 되는 71개 항목을 공개한다. 원가를 공개해 주택시장에 낀 거품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일단 정보 공개가 어느 정도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당초에 목표로 한 주택 품질을 획득하는 데 어느 정도의 원가가 필요한지에 대한 자료를 공공이 제시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지금까지 건설업계에 갖고 있던 불신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며 "원가가 공개되는 만큼 수요자들도 이를 바탕으로 분양가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가 서울시와 SH공사가 원하는 주택가격 안정 효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임연구원은 "분양원가가 하나의 준거 기준 또는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민간 분양 단지의 원가와 직접 비교해 민간 아파트가 싸다, 비싸다고 논하기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급 단지를 지향한 민간 아파트가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과 고급 인테리어를 적용해 표준형 건축비가 올라간다고 건설사가 폭리를 취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공개되는 것과 시세가 오르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근 시세보다 수억원이 낮은 아파트가 분양되면 주변 시세가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로또 단지'가 높은 시세에 키 맞추기를 한다"며 "집값은 분양가가 아니라 △주변 시세 △수요와 공급 원칙 △금리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분양원가 공개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이미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분양가 통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영향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분양원가 공개를 섣불리 수치의 일부로만 단정 지을 순 없다.
공기업에서만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민간 건설사의 원가 추정이 가능해지고, 이는 곧 건설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간에서는 과도하게 수익을 부풀리는 부분에 대해 경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SH공사의 분양원가 공개로 대외비에 해당하는 민간 업체의 건설원가, 택지조성원가 등이 대략적으로나마 산출이 가능해진다"며 "이번 원가 공개가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앞으로 이런 사례가 쌓여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임원은 "민간 건설사의 공사원가는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민간 영역에까지 분양가 공개가 확대될 경우 전 세계에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을 모두 드러내는 꼴"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