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확산되며 빗장을 잠갔던 국가들이 백신 접종자들을 시작으로 봉쇄 조치를 해제하기 시작하고,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주요 휴일을 앞두고 각종 상품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다. 그러나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일터에 돌아오지 않고, 각종 부품이 부족 현상을 보이며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달 기록한 60.8에서 높아져 61.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50을 기준으로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밑돌면 위축을 시사하는 이 지수는 2020년 4월 이후 18개월 연속으로 확장세를 기록했다. 티모시 피오레 ISM 회장은 발표와 함께 "미국 제조업은 여전히 수요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망 차질로 제약을 받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학자들은 투자자들이 공급량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많은 주요 경제국들의 설비투자는 오히려 줄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투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주요 7개국(G7)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GFCF) 비율은 2021년 3분기에 지난 분기 대비 0.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캐나다·일본·독일·네덜란드·스위스 등이 모두 지난 분기 대비 투자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에도 GDP 대비 GFCF 비율이 지난 분기에 비해 2.2% 내렸다. BNP파리바 역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3분기 매출 대비 자본지출이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공급 부족으로 소비자물가가 급등하던 시기에 기업들은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주저했으며 수급 균형이 이뤄지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SJ는 지적했다.
기업들은 투자가 둔화한 이유로 △수요 전망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을 꼽는다고 언급했다.
코로나로 인해 급증했던 수요가 유지될 수도 있지만, 다시 소비가 줄고 수요 역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경영하는 주 차오후 사장은 WSJ에 지난해 대비 수익이 약 25% 증가했지만 새로운 공장에 투자하거나 직원을 늘릴 생각은 없다며 "강력한 수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설비 투자를 원하는 경우에도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생산 비용이 늘었고, 공급망 차질로 기계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 등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짚었다. 유럽투자은행(EIB)은 적절한 기술을 갖춘 인력이 부족해 투자가 지연되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EIB는 유럽과 미국의 기업 3만곳 대상으로 투자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79%가 인력 부족을, 73%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