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블랙아웃] 초연결 시대...개인·사회 위협

2021-1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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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T도코모 통신망 약 3시간 동안 마비...서버 교체 과정 과부하

美 CDN업체 패스틀리 전산망 장애...글로벌 주요 기간 사이트 장애

전국적으로 KT 유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한 지난 10월 25일 광주 서구 농성동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건강검진과 독감 예방접종 접수하려는 시민들로 혼잡하다. [사진=연합뉴스]

통신·인터넷 서비스 접속 오류 사고가 발생하면서 5G 초연결 시대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모든 사물과 사람이 연결된 초연결 시대에 대규모 통신·인터넷 마비 사태는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 경제·사회·안보 등 국가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25일 오전 11시경 전국 KT 유·무선 통신망 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KT 통신망을 이용하는 식당·은행·기업·학교·병원 등 전국 각지에서 오전 11시 16분경부터 지역에 따라 약 40~89분간 통신·인터넷 서비스 접속이 중단됐다.
 
이는 지난 2018년 11월 아현지사 통신구 대형 화재 발생으로 인한 장애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점심시간을 앞두고 일부 식당·카페·상점 등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했고, 배달의민족 등 다수의 배달플랫폼도 이용할 수 없는 상항이 초래됐다.
 
다만, 증권사·시중은행의 경우 대부분 2개 이상 통신서비스 업체 망을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송금오류·ATM 중단은 없었지만, KT가입자의 모바일 앱 거래는 중단됐다. 사고 원인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고 로그기록 분석 결과, 부산국사에서 기업망 라우터 교체 작업 중 협력업체 작업자가 잘못된 설정 명령을 입력했고, 이후 라우팅 오류로 인해 전국 인터넷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KT는 즉각 개인·기업·소상공인 대상 보상안을 마련했다. KT는 약관에 상관없이 장애 시간에 대한 서비스 요금의 10배를 보상키로 했다. 당초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가 중단된 경우에만 보상을 규정한 것을 감안하면 보상안 마련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국 단위 피해로 이어진 만큼 약관과 상관없이 대책을 마련했다. 

KT 약관에 따르면, 이용자 과실·부주의가 아닌 이유로 통신 서비스가 연속 3시간 이상 끊긴 경우부터 요금을 배상한다.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은 시간당 월정액과 부가사용료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하고, 인터넷TV(IPTV)는 시간당 평균요금의 3배를 기준으로 보상한다. 

보상대상 서비스는 무선, 인터넷, IP전화, 기업상품이다. 무선 서비스에는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 등 추가단말(세컨드 디바이스) 서비스도 포함됐다.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과 재판매 인터넷 고객도 해당한다.
 
보상기준은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의 경우 최장 장애 시간 89분의 10배 수준인 15시간을 적용했다. 피해를 입은 KT 인터넷·IP전화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에게는 해당 서비스 요금의 10일분을 보상한다.
 
KT는 고객의 개별 문의와 신청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고 보상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접수절차 없이 12월에 청구하는 11월 이용 요금분에서 보상금액을 일괄 감면했다.

KT 연결망 장애 관련 전국 라우팅 오류 전달 프로세스 [사진=과기정통부]


정부는 주요통신사업자 네트워크의 생존성·기술적·구조적 대책이 담긴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책은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으로 나뉜다.
 
우선 주요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작업 체계, 기술적 오류확산 방지 체계 등 네트워크 관리 체계를 점검한다. 주요통신사업자가 네트워크 작업으로 인한 오류 여부를 사전에 진단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시스템도 도입한다.
 
아울러 승인된 작업계획서의 내용과 절차를 준수했는지에 대해 네트워크관제센터에서 기술적 점검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라우팅 설정오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통신사업자가 라우팅 작업을 할 때 한 번에 업데이트되는 경로 정보 개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 하는 내용도 검토할 예정이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주요통신사업자의 통신장애 대응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한다. 네트워크 안정성과 복원력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안정적인 망 구조 등 네트워크 생존성 확보를 위한 구조적 대책 마련도 추진할 예정이다.
 
통신장애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미국·일본에서도 전국 규모의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일본 1위 통신사업자 NTT도코모 통신망은 지난 10월 14일 오후 5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전국 규모에서 서비스가 마비됐다.
 
사고는 택시 전자결제 기기와 자동판매기의 정보를 관리하는 서버를 새로운 서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조사결과, 서버 교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다시 기존 서버로 전환하자 대량의 정보가 네트워크로 잘못 흘러가 과부하를 일으키면서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다.
 
사고 당일 오후 8시경 전반적인 복구가 마무리됐다고 밝혔지만, 4G·5G 서비스는 다음날인 10월 15일 오전 5시경에 정상화됐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 통신 서비스는 계속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NTT도코모는 통신 복구 이후 통신량이 갑자기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는 휴대전화 통화와 데이터 통신 외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한 전자결제와 게임, 교통카드, 지도 앱, 전자 티켓, 자전거 대여, 자동차 공유, 방범 서비스, 스마트 농업, 배달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NTT도코모는 지난 10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 원인과 현재 상황 등을 설명했고, 향후 상세한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통신장애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 중간 서버 역할을 담당하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인 패스틀리(Fastly)가 전산망을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내면서 전산 장애를 일으켰다. 당시 CNN, BBC, NYT 등 세계 주요 언론사와 미국 백악관, 영국 정부의 주요 홈페이지 등 글로벌 주요 기관 사이트의 접속이 한때 마비됐다.
 
특히 아마존과 미국 비대면 동호회인 레딧(Reddit), 전자결제업체 페이팔 등도 서비스 차질을 빚었다. 아마존·이베이와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 등 세계 소매업계의 피해액이 약 13억달러(한화 1조 5372억원)에 달했다. 디지털광고 손실액은 시간당 2900만 달러(한화 343억원)로 추산된다.
 
이번 접속 대란의 원인은 패스틀리의 기술적 장애로 확인됐다. 패스틀리는 CDN 업데이트 과정에서 상호접속위치(PoPs) 구성 오류가 발생한 뒤 접속 차단으로 이어져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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