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가격, 반년새 3배 껑충…매입 앞둔 기업들 ‘울상’

2021-12-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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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제품생산 줄며 하락세 이어

하반기 경기회복 타고 가격 다시 올라

올해부터 규제도 강화…기업부담 가중

올 상반기까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우 저렴했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반년 새 3배 이상 급증하면서 올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연말까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올해 탄소배출권을 매입해야 할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재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중 현재 가장 거래가 많이 되는 KAU21은 이날 3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KAU21이 상장된 올해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가격이다. 

KAU21은 지난 10일 3만490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몇 거래일 연속 최고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KAU21 가격은 최저점이던 지난 6월 23일 1만1550원 대비 3배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통상 탄소배출권은 연말에 가까울수록 급등하는 추이를 보여왔기에 KAU21의 가격은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거래소는 배출권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설정해준 할당량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만 한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왔다. 

다만 전반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은 줄곧 상승세를 유지했다. 탄소배출권의 장내·외 평균 거래가격은 2015년 1만1007원에서 2018년 2만2127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실제 KAU21 이전 주로 거래되던 KAU20은 2019년 4만원 이상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에 변동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였다. 지난해 탄소배출권(KAU20) 가격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제품 생산을 줄이면서 2만3000원 수준까지 순차적으로 하락했다. KAU21은 올해 초 2만3000원에 거래됐으나 곧 2만원 이하로 가격이 낮아졌다.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은 기업들의 부담을 경감해주기도 했다. 지난해 LG화학의 탄소배출부채 규모는 49억원을 기록해 2019년 252억원에 비해 80.5% 줄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도 80억원에서 16억원으로 80% 부담이 줄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경기 회복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향 조정돼 기업 부담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규제가 강화된 것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1기 기간(2015~2017년)에는 기업에 할당량을 100% 무상으로 나눠줬다. 이후 정부는 유상할당 비중을 2기(2018~2020년)에 3%, 올해부터 시작되는 3기 10%로 확대했다. 

단순히 봐서 기업이 매년 동일한 규모의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3.3배나 많은 탄소배출권을 매입해야 하는 구조다. 지난해보다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훨씬 많은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할 상황이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배출권 거래가 집중되는 하반기에 경기 회복이 겹치면서 가격이 짧은 기간에 매우 크게 올랐다"며 "연말까지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화학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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