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1월부터 시행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데다 최근 국제 유가 오름세 등이 반영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4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1 아시아 경제 보충 전망'을 발표했다. ADB는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도 2%대에 육박한 1.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9월 전망보다 각각 0.3%포인트씩 오른 수준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위드 코로나로 인한 수요 증가까지 더해져 새해에도 물가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ADB는 한국의 물가 전망치를 올린 것과 관련해 "올해 4분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일상 회복과 국제 유가 상승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DB는 아시아 46개국의 물가 상승률에 대해선 올해 2.1%, 내년 2.7%로 예측했다. ADB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올해 글로벌 물가 상승을 이끌었으나 공급망 차질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전이되지 않으면서 회원국의 물가 상승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예측된다"고 평가했다. 배럴당 7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는 국제 유가에 대해서는 "올해 10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내년에 석유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서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ADB는 한국의 올해(4.0%)와 내년(3.1%)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견조한 수출과 설비 투자가 그 배경으로 꼽혔다. ADB는 "반도체 수출 확대로 인한 정보기술(IT) 부문 성장이 민간 투자 증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ADB가 발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 등이 내놓은 전망치와는 같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전망치(4.3%)보다는 낮다.
49개 아시아 역내 국가 중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46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7.0%, 내년 성장률은 5.3%로 9월보다 모두 0.1%포인트씩 내렸다. ADB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 확진자 증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주요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시아 개발도상국은 상대적으로 공급망 충격을 적게 받으면서 확진자 감소로 경제활동도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ADB는 "오미크론 등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일부 지역의 낮은 백신 공급률이나 백신 효과 감소 등이 경제성장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상보다 급격한 중국의 경기 둔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장기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경기 위축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ADB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되면 기상 이변, 기후 변화와 관련한 중기적 위험이 주요 리스크로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