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치솟던 집값 상승세에 서서히 브레이크가 걸리는 모양새다. 집값이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인식 확산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이 맞물려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상급지를 중심으로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강남3구와 용산구 등에서는 여전히 0.2% 안팎의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이미 실거래가가 1억원 넘게 하락한 단지가 나오는 등 하락세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84㎡는 8월 신고가보다 5000만원 내린 10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금천구 시흥동 '벽산1단지' 전용 114㎡도 지난 10월 신고가(7억3800만원)를 찍었지만 보름 뒤에는 곧바로 1억3800만원이 빠진 6억원에 거래됐다.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은 여전히 강세다. 부동산원의 서울 자치구별 상승률을 보면 용산구(0.22%), 서초구(0.19%), 송파구(0.14%), 강남구(0.14%) 등은 서울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수억원이 오른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종전 신고가보다 3억원 높은 45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최고가 기준으로 8개월 사이 6억5000만원 상승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도 지난달 15일 28억2000만원에 실거래를 맺었다. 지난 8월 27억8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3개월 만의 손바뀜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전인 지난해 5월만 하더라도 20억원을 밑돌았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가격이 오히려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강남을 겨냥한 세금과 대출 등 다양한 규제책을 쏟아내면서 '풍선효과'로 용산까지 집값 강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촌동 '강촌아파트' 전용 106㎡는 지난달 3일 25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인 20억원에서 반 년 만에 6억원 가까이 올랐다.
'한가람' 전용 84㎡도 23억8000만원에 거래돼 종전 거래가보다 3억원가량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런 양극화의 주요 배경을 대출 규제로 꼽는다.
서울 외곽의 중저가 단지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요층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대출이 금지된 15억원 초과 단지의 수요층은 자금 조달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아파트 거래가 줄면서 상승폭이 둔화된다"며 "이전부터 대출이 되지 않아 현금부자들만 매수할 수 있었던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대출규제나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