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서구에서 도소매업을 하는 김모씨(42)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희망회복자금 전용 누리집에 접속해 지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지원금 자체도 시급하지만 희망회복자금에 대출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기존 대출 건이 연체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추가 대출이 시급한데 금융권은 막혀 있고 정부 융자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정부 대출마저도 희망회복자금을 받아야만 신청할 수 있게 돼 있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위해 긴급자금 대출 조건을 완화했으나, 행정편의적인 지급 기준으로 인해 대상에서 밀려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급 기준이 버팀목플러스자금(4차 재난지원금) 혹은 희망회복자금(5차)을 받은 소상공인으로 제한돼 있어서다.
3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최근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저신용 및 고용연계 소상공인 융자’와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중·저신용 소상공인 특례보증’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
지역신보의 특례보증은 신용평점 839점 이하(구 신용등급 4등급 이하)를 대상으로 2000만원 한도로 5년간(1년 거치, 4년 분할상환) 보증 지원한다. 그동안 중·저신용 일반업종 소상공인만 지원했으나 지난 28일부터 집합금지·영업제한‧경영위기업종 소기업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두 지원 사업에서 집합금지・영업제한・경영위기 업종 해당 여부는 버팀목자금플러스 또는 희망회복자금을 지급받은 자로 구별한다. 중기부가 행정 편의를 위해 이 같은 기준을 설정하면서 기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정부 지원 대출에서조차 밀려나게 됐다.
특히 희망회복자금은 지난 8월 17일부터 지급을 개시했으나 아직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중기부는 연내 지급을 마치겠다는 계획이지만, 소상공인들은 지급 결정이 돼야만 대출을 신청할 수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
희망회복자금 지급을 담당하는 소진공 측은 “확인지급을 위해 개별 사업주가 제출한 증빙서류를 공인회계사들이 감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중기부 측은 신속한 대출 지원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 같은 지급 기준을 세웠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할 방법이 없고, 대출 지원을 신속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재난지원금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신용 융자는 1조2000억원, 고용연계 융자는 5000억원을 공급할 예정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희망회복자금 지급 결정을 기다리는 사이 지원 금액이 소진돼서 못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