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국정원, 탈북민 4달 넘게 조사한 것...국가 손해배상 해야"

2021-11-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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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권 침해와 가혹행위는 증거 불충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원이 국가정보원이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하고 장기간 조사한 것은 과도하다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숨진 탈북자 지모씨와 그의 전처 배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배씨에게 1100만원, 지씨 자녀 2명에게 각각 7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배씨와 자녀들이 받게 되는 손해배상금은 총 2600여만원이다. 

2013년 지씨와 배씨는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지씨는 176일, 배씨는 165일 동안 합신센터에서 조사를 받은 끝에 '비보호' 결정을 받았다. 합신센터는 탈북민에게 보호결정을 내릴지 판단하기 위해 국정원이 운영하는 조사시설이다. 

두 사람은 합신센터에 사실상 구금된 채 수사를 받았고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수사를 받으면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정신적 손해 등을 포함해 두 사람과 자녀에게 총 2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진행한 두 사람에 대한 조사가 수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보호 대상자로 정할 지 판단하기 위한 행정조사였을 뿐이라고 했다. 또 인격권 침해나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국정원장이 현행 북한이탈주민법·시행령에서 인정하는 최대 120일을 초과해 조사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이는 법령을 위반한 가해행위"라고 판단했다. 현행 북한이탈주민법에는 조사와 임시보호 기간을 최대 90일로 정하면서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30일 연장하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지씨 1000만원, 배씨 800만원, 자녀들 1인당 100만원으로 정하고, 이에 더해 지씨와 배씨가 120일을 초과해 수용된 기간에 얻을 수 있었던 수입(일실수입)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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