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딩방에 휘둘린 코스닥… 선 넘는 램테크놀러지 작전세력

2021-11-2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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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 후 카톡방·유튜브로 리딩

업체 사칭해 주가조작 시도해도 관련 규제 없어

금융당국 정식 투자자문업자만 투자자보호 한계

상반기 피해구제 2832건… 금감원 방치 시장 혼탁

램테크놀러지를 사칭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리딩방 업체의 유튜브 소개 영상. [사진=유튜브 갈무리]

램테크놀러지의 급등락 배경으로 알려진 가짜 보도자료를 발송한 곳이 유료 리딩방을 운영하는 세력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유사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리딩한다며 상장법인 사칭해 보도자료 배포까지
26일 본보의 취재 결과 지난 11월 22일 국내 각 언론사에 '램테크놀러지가 초순도 불화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해당 회사나 홍보대행사가 아니라 유료 리딩방을 운영하는 세력이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결과 해당 세력은 리딩방은 물론 홈페이지와 유튜브채널, 리딩 전용 스마트폰앱까지 개발해 투자종목을 선전해 알려주는 일명 '리딩'을 해온 전문 업체다. 외견상으로는 합법 업체다. 당국에 유사투자자문업체로 신고하고 운영 중이다.
이런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감원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다. 대가를 받고 투자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문업과 유사하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만 투자조언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1대1 맞춤형 조언을 기본으로 하는 투자자문업과 구별된다.

이들은 한 달에 최소 12만원에서 많으면 1000만원이 넘는 유료 회원을 유치해 이들을 대상으로 투자 종목을 알려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면서 유튜브에서도 유료회원에게 별도의 동영상을 통해 종목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여기에 스마트폰용 앱과 홈페이지, 블로그 등을 통해 해당 유료 리딩방을 홍보하는 중이다.
 
유사투자자문업 신고했지만 불법영업 정황 많아
이 과정에서 해당 리딩방 운영 유사투자자문업체가 불법적인 영업을 한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먼저 미등록 일임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유사투자자문업체로 등록한 뒤 리딩방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가 아니라 자동매매 기능이 있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램테크놀러지의 가짜 보도자료를 뿌린 세력도 국내 모 증권사가 제공하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이용해 전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료회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당국이 투자자문업자에만 등록을 통해 허용하는 '투자일임' 업무다. 확인 결과 해당 업체는 이런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는 곳이지만 불법 소지가 다분한 형태의 리딩을 계속해왔다.

또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것도 광고법과 전자상거래법 등을 위반하는 행위다. 해당 업체도 리딩으로 손실을 입을 경우 전용프로그램을 통해 송금한 돈을 환불해 주겠다고 공지했지만 이는 위법 소지가 다분한 내용이다.

특히 해당 업체는 투자종목을 찍어주는 일반적인 리딩에 그치지 않고 언론사를 속여 사실과 다른 기사를 내보내게 해 주가에 영향을 주는 '불법 주가조작'까지 시도했다는 점에서 피해가 심각하다.

이처럼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언론사를 속이며 주가조작에 나선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실제로 해당 보도자료 배포 이후 주가가 급등락했다는 점에서 사안은 더욱 무겁다.
 
유사투자자문업자 피해 심각하지만 당국은 속수무책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비자원에 접수된 유료 리딩방 관련 피해의 구제 신청은 총 283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06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가 합동으로 주식리딩방 등 474개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점검한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70개 업체에서 73건의 위법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적발업체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49개보다 42.9% 증가한 수치다.

피해가 계속되다 보니 금융당국은 이런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업무형태에 대해 다양한 규제를 적용하려는 상황이지만 쉽지 않다. 피해가 계속되면서 아예 유사투자자문업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법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자를 통해 리딩을 받다가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자본시장법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없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투자업자나 금융상품자문업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불법행위에 따른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한국소비자원이나 금융감독원 민원 접수 또는 민사소송을 통해서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다만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업체를 사칭해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경우 해당 업체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해당 리딩방을 운영한 유사투자자문업체를 고발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가 급등을 기회 삼아 램테크놀러지의 임원이 주식을 대거 매도해 수억원을 챙기기도 했다는 점에서 해당 리딩세력과 회사의 결탁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관련법이 개정돼 유사투자자문업체를 강력하게 규제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사태는 허위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는 등 해당 업체가 선을 세게 넘었다"며 "최근 공모주 투자 열풍 등으로 주식에 새로 입문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만큼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감시도 수위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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