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욱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이 지난 1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강조한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의 필요성이다. 지난 17일 관련 세미나가 열린 후 일각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일자 직접 등판해 세그먼트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한 셈이다. 코스닥 세그먼트는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과 실적, 지배구조 등을 평가해 특정 종목에 일종의 '인증'을 해주는 제도다.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적고 장기투자가 용이한 종목을 탐색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 "코스닥 발전 위해서는 세그먼트 도입 필연적…보완책도 마련할 것"
홍 부이사장은 "코스닥 시장이 올해 들어 지수 1000포인트를 기록하고 상장기업이 1500개를 돌파하는 등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투자자 신뢰나 우량기업의 상장 매력 등은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우량혁신기업을 위한 별도의 시장 개념인 세그먼트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 세그먼트 도입은 코스닥 시장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6년 뉴욕거래소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30%대였던 나스닥은 세그먼트 도입 후 시가총액이 꾸준히 상승, 지난해 기준으로는 80%를 돌파한 상태다. 세그먼트 도입이 나스닥 브랜드 및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면서 현재 나스닥 시가총액을 견인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상장을 유치했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는 일본거래소의 선례를 바탕으로 시장의 우려를 잠식시킬 수 있는 보완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일본거래소는 내년 4월부터 '프라임'과 '스탠더드', '그로스' 3개 세그먼트로 시장을 개편한다.
홍 부이사장은 "일본거래소는 이미 비편입 기업의 불만과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도입 공표 후 준비기간을 부여하거나 최상위 세그먼트 진입요건에 일부 적용 유예기간을 적용하는 중"이라며 "코스닥 세그먼트도 비편입 기업과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기준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 "외인·기관·연기금 자금 유입 기대…유동성 쏠림은 제한적"
세그먼트 도입 이후 코스닥 내 자금쏠림이라는 실보다는 신규 자금 유입이라는 득이 더 크다는 것이 한국거래소의 진단이다. 또 상위 세그먼트 선정 종목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서 코스피 이전 상장 유인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부이사장은 "세그먼트 도입으로 추가 유입될 자금 규모를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단순 시가총액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코스피200 추종 자금의 10%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5%(76개사)의 시가총액은 180조원에 불과한 반면 코스피200 시가총액이 1840조원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규모의 약 97%가 코스피에 집중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코스피 시장에 쏠려 있는 패시브자금이 코스닥에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부이사장은 자금쏠림 현상 우려에 대해서는 "신설 세그먼트는 기존 코스닥의 유동성 잠식이 아닌 펀더멘털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기관과 외국인, 중장기투자 성향의 개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중소형 종목에 쏠려 있는 기존 투자자의 유동성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세그먼트는 그간 대형 우량혁신기업 입장에서 상장 매력도가 높지 않았던 코스닥을 유치할 것"이라며 "세그먼트가 확실히 정립된다면 기업규모가 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전상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코스닥이 대형혁신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