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북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뉴삼성’ 경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 연말 예정된 삼성그룹의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은 이 부회장이 주도하는 뉴삼성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이 10월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새로운 삼성’을 언급한 만큼 적잖은 인사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과거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총수 일가를 근거리에서 지원사격하던 측근들이 이재용 시대를 맞아 새로운 권력 지형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전실·전략통’ 출신···‘삼성 안살림’ 챙기는 동시에 ESG 경영도 주도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관리실장 사장(이하 사장)이다. 최 사장은 한 마디로 삼성전자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인물로, 지난 2년여간 회사 실적을 살뜰히 챙긴 인물로 평가된다.특히 최 사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이 부재 상황에서 꾸려진 ‘삼성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재무적으로 상당한 기량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 부회장이 8월 가석방이 될 때까지 김기남 DS(반도체)부문장(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 고동진 무선(IM)부문장(사장) 등 3인 대표 체제 하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이들을 보좌하는 동시에 그룹의 재무 중심축 역할을 든든히 했다.
최 사장은 재무 리스크뿐 아니라 비재무적 리스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도 주요 책임자다. 지난해부터 ESG 경영 회의 기구를 이끌어왔다. 그룹 전체의 기후변화, 상생 협력 등 비재무적 리스크 대응 정책을 여기서 주관한다. 소위 ‘관리의 삼성’답게 삼성전자의 ESG 접근법은 리스크관리 관점이 강한 셈이라, 최 사장이 업무상 ESG에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인사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는 “최 사장은 재무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부의 경영 활동을 지원하고 견제하는 한편 각 사업 부문 사이 주요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은 회사 실적을 총괄 관리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총수 일가의 측근들이 주로 거쳤다. 2010년 이후만 봐도 CFO를 지낸 인사들은 모두 삼성 실세로 불렸던 이들이다. 최 사장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마찬가지로 ‘미전실·재무통’ 출신으로 경영지원실장 자리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 사장도 총수 일가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여겨진다. 최 사장은 2014년 이재용 체제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이래 전임 노희찬 CFO에 이어 이 부회장이 두 번째 CFO로 중용한 인사란 점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최 사장은 삼성그룹에 새 컨트롤타워 조직이 출범할 때마다 초기 멤버로 활약한 이력이 있다. 2010년 미전실이 구축될 당시 임원으로 근무했고, 2017년 11월 전자계열사 컨트롤 타워격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신설됐을 때도 그가 담당 임원을 맡았다. TF 수장으로 이 부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현호 사장을 보좌할 멤버로 합류한 것이다. 당시 부사장으로 승진도 했다.
미전실과 사업지원TF는 삼성 총수 일가를 보좌하고 뛰어난 경영 능력이 입증된 소위 ‘에이스’ 인사들만 배치한다. 최 사장은 지난해 인사로 TF에서 빠진 이후 부사장에서 CFO(사장)로 승진했고, 그해 이사회 사내이사로 합류하면서 이재용 사단에 안착했다.
연말 정기인사 기점으로 ‘M&A 전략’ 실행 주목
최 사장은 이 부회장이 귀국 후 단행할 연말 정기인사를 기점으로 가속화할 전략적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곳간은 그 어느 때보다 두둑하다. 올해 3분기에만 매출 73조9800억원, 영업이익 15조82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실적을 냈고, 4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올해만 60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분기 보고서를 보면 3월 말 현재 연결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만 128조2584억원에 달한다. 2019년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매년 꾸준히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그럼에도 그동안 인수합병(M&A)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점이 삼성전자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 1월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기존 사업에서 시장주도적 입지를 확고히 하고 신규 사업에서도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며 “보유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선 AI, 전장 사업 등을 포함해 M&A 가능한 분야를 구체화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이번 북미 출장 일정 중 첫 번째로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삼성 글로벌 AI 센터를 방문했고 뒤이어 차세대 이동통신 부문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 버라이즌 경영진도 만났다. 코로나19로 중요성이 커진 백신 등 바이오사업 협력을 위해 모더나 경영진과의 미팅도 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CFO 취임 2년 차를 맞은 최 사장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M&A 실무에 고삐를 당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만 TSMC의 공격적 투자에 버금가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증설에도 과감한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해 미국에 파운드리 제2공장 설립을 공언했지만, 그밖에 M&A 밑그림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몸값이 치솟은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의 인수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680억 달러(약 80조원)를 감당하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최 사장을 필두로 삼성전자의 M&A 작업은 연말 혹은 내년 초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963년생
△성균관대 경영학 학사
△1987.12~1991. 6 삼성전자 가전사업부 경리팀 대리
△1991. 6~1994.12 삼성전자 국제회계그룹 과장
△1995. 1~2001. 1 삼성전자 구주총괄 SEUK법인(영국) 차장
△2001. 1~2002. 2 삼성전자 경영관리그룹 차장
△2002. 3~2004. 1 삼성전자 해외관리그룹 부장
△2004. 2~ 2007. 1 삼성전자 경영관리그룹 담당임원
△2007. 1~2009.12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2010. 1~2010.12 삼성전자 사업지원팀 담당임원
△2010.12~2014. 4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임원
△2014. 5~2017.11 삼성전자무선사업부 지원팀장
△2017.11~2020.1. 사업지원TF 담당임원
△2020.1~현재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