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개정] 적용대상 확대…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은 완화

2021-1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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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비리 등 없게…장학생 선발도 청탁금지법 대상

명절마다 소란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 개정 중

김영란법으로 널리 알려진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올해로 벌써 6년째다. 제정 당시 적용 대상, 금액 기준을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일단 시행되니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원활한 직무 수행과 사교, 의례 목적으로 일부 예외도 두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금액에 상관없이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

최근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 대상을 장학생 논문 심사와 학위 수여 등으로 넓혔다. 새끼도 쳤다. 내년 5월 19일부터 청탁금지법과 한 쌍으로 묶여 언급되는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다. 현재 풀어나가고 있는 숙제도 있다.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이 그것이다.

◆장학생 선발 등도 청탁금지법 적용받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이달 11일 견습생·장학생 선발이나 논문 심사, 학위 수여와 관련한 청탁행위도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도록 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부정청탁 금지 직무에 △견습생 등 모집·선발 △장학생 선발 △논문 심사·학위 수여 △연구실적 인정 △수용자의 지도·처우·계호 등 교도관 업무를 추가했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14개 직무를 부정청탁 개연성이 높은 대상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허가 △행정처분·형벌 부과 감경 및 면제 △학교 입학·성적 처리 △채용·승진 등 인사 △징병 검사 등 병역 관련 처리 등이다. 하지만 부정청탁을 근절하기 위해선 법 적용 직무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여기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사건이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딸 조민씨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정 교수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며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천대엽 대법관이 주심 대법관으로 결정된 상태다.

권익위는 또 공익신고자보호법에 규정된 변호사 대리신고 제도와 구조금 제도를 청탁금지법에 도입했다. 신고자가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 변호사(대리인) 이름을 기재해 신고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신고자의 신원을 더 확실히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변호사 대리신고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100명의 자문변호사단을 구성하고, 내부 신고자가 무료로 신고 상담과 대리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고자가 신고로 인해 육체적·정신적 치료비, 이사비 등을 지출하는 경우 권익위가 해당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이 공직자의 생활 속 규범으로 정착 중인 청탁금지법의 규범력을 한층 강화하고, 신고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청탁금지법 인식도 조사에서 공직자 92.9%, 일반 국민 87.5%가 (청탁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과 비교해 각각 7.4%포인트, 2.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청탁금지법 시행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공직자 93.5%, 일반 국민 87.1%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다. 공직자의 경우 긍정 대답이 5년 전보다 8.4%포인트 늘었다.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 씨름 종지부 코앞
 

명절 한우 선물세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논란을 지속해온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은 내년 설 명절부터 20만원으로 상향될 전망이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을 골자로 한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19일 밝혔다. 개정안은 설과 추석 30일 전부터 7일 후까지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가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 허용했다.

농축수산업계는 선물가액 기준을 2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주장을 이어왔다. 이에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명절에는 시행령을 개정해 한시적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축수산업계를 돕고, 침체된 내수 경기를 진작한다는 목적에서였다.

올해 추석에도 업계는 선물가액 상향을 요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도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권익위 전원위원회는 세 번이나 연달아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청탁금지법 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각각 3만·5만·5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선물 중 농축수산물만 10만원까지 허용하고 있다.

결국 지난 9월 열린 전원위 정례회의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는 번번이 무산됐다. 전원위원들은 청탁금지법을 경제와 연결 짓기보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같은 구매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회에서 입법으로 상한액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9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계속 이렇게 (명절 때마다) 예외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법 개정에 동의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농축수산물을 금품수수 금지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거나 평시에도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하자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명절 전후 한시 완화로 귀결됐다.

개정안은 권익위와 여야 모두 통과에 찬성하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종 입법될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내년 설에 개정안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이 개정안은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김영란법 제정(2015년) 이래 금액 기준을 법률로 완화하는 첫 사례가 된다.

송 의원은 "매번 시행령 개정이 아닌 법제화를 통해 지속해서 농가의 수입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진전"이라며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투표까지 최선을 다해 선물가액 상향 법제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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