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 외식업 사장님 2만명이 사용하는 그 앱...“오더플러스로 아기유니콘 됐죠”

2021-11-1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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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주문 플랫폼 운영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인터뷰

13만9000종 식재료 가격·품질 비교 주문

식자재 외상 결제 ‘AI 채권 관리 시스템’ 적용

'하워드 슐츠' 꿈꾸는 젊은 창업가...“사람들에 선한 영향 주는 기업 되고파”

기자가 물었다. 당신은 왜 사업을 하는가. 성인이 되지도 않은 그 어린 나이부터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창업가는 답했다. “처음 창업에 도전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이 막 생기기 시작한 시기라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에는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더 깊어졌다.”

다시 한번 물었다. 그렇다면 왜 외식업이었나. 서울대를 나와 남들처럼 멋있고, 그럴듯한 사업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니었나.

그가 대답했다. “한국에서 외식업 종사만 200만명이다. 시장 규모는 120조원으로 반도체, 자동차 다음으로 큰 사업이다. 종사자가 이렇게 많고, 규모도 큰데 외식업은 사람들의 인정을 못 받아왔다. ‘우리 아이가 커서 식당을 차리면 좋겠다’고 말하는 부모는 없다. 다른 산업은 정부에서 앞다퉈 육성하는데, 왜 음식산업은 예외일까. 식품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 다른 좋은 비즈니스도 많지만, 직접적으로 행복을 주는 인간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외식업은 세계적으로 봐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 산업이다. 한국은 맛에 대한 기준이 높고, 맛집 문화도 있다. 동네 식당도 프렌차이즈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데,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 시장에 우리 기업의 미션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엑스바엑스 박상진 대표. 1993년생인 박 대표는 20대 나이에 직원 70여명의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다. 회사가 운영하는 '오더플러스'는 국내 자영업 사장님 2만여명이 사용 중이다. [사진=엑스바엑스 제공]

 
‘오마이비어’의 실패, 그 속에서 찾은 기회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는 22살이던 지난 2014년 개인사업자를 설립해 맥주 큐레이션 서비스 ‘오마이비어’ 앱을 출시했다. 자신이 맥주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수입 맥주가 국내에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오던 시기에 맥줏집 사장님들의 매출을 올려주고 싶었다. 오마이비어는 그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어느 가게의 맥주가 맛있더라’, ‘저기에 가면 우리가 찾던 맥주가 있더라’는 입소문에만 의존하던 정보를 앱으로 옮겨 맥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마이비어를 이용하던 가입자는 5만명, 서울 시내에 제휴한 가게만 220곳이 넘었다. 롤모델로 삼았던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스타벅스 창업자처럼 선한 영향력을 퍼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제는 수익구조였다. 주류는 통신판매가 금지돼 앱에서 맥주를 주문하거나 판매할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맥줏집에서 제공하는 상품권도 제공할 수 없어 오로지 광고에만 의존했다. 주류 업계는 이미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이었기에 작은 스타트업이 광고 수입만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웠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닥치자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정부 지원금도 끌어다 썼지만, 어느새 직원 급여도 못 주는 상태가 됐다. 십수명의 직원이 다 나가고 고작 3명만 남았다. 두 달 안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지 못하면 팀을 해산해야겠다는 각오로 현장에 나갔다.

친한 식당 사장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식자재의 가격·품질 비교가 번거롭고, 주문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앱을 통해 비교하고, 주문까지 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있겠다고 확신했다. 문제는 식자재 구매 시장에 자리 잡은 외상 문화였다. 자영업자가 카드 결제 대금을 즉시 정산받지 못하는 것처럼,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가게들은 외상으로 상품을 구매해왔다. 이 대금을 관리하지 못하면 주문 앱은 사용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만류했지만, 박 대표는 기회를 봤다. 솔루션만 제시하면 시장이 형성될 거로 판단했다. 우선은 유통 구조를 알아야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식당 무급 아르바이트였다. 매일 가게 문을 열 때 식자재를 직접 받고, 마감 때 발주 넣는 일을 도맡았다. 홀 서빙과 계산대 업무를 보면서 시간을 쪼개 기획과 개발 작업도 진행했다. 그리고 2016년 4월, 식자재 중개 유통 플랫폼 ‘오더플러스’가 세상에 나왔다.

 
오더플러스의 성장, 외상 채권의 구조화
  

박상진 대표는 인터뷰 내내 '선한 영향력'을 강조했다. 음식 관련 사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말에서 그의 선함이 느껴졌다. 롤모델은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라고 밝혔다. 단순히 커피 한 잔을 파는 영업이 아닌 커피 문화를 통해 전 세계에 선한 영향을 끼친 하워드 슐츠처럼 그도 사업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퍼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엑스바엑스 제공]

오더플러스를 이용한 첫 손님은 그동안 알고 지내던 5명의 식당 사장님들이었다. 식자재 판매자를 데려올 테니 앱으로 공동구매를 부탁했다. 오더플러스를 이용하는 식당 사장님들도 이득이 컸다. 앱 하나로 상품들을 비교 분석할 수 있고, 분산해서 구매하니 한 유통업체에서 모든 식자재를 공급받을 때보다 구매 비용이 줄었다. 식자재 유통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은 바닥부터 입증돼 갔다.

외상 결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지만, 관리할 수만 있다면 다른 식자재 플랫폼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기도 했다. 엑스바엑스는 인공지능(AI) 채권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개별 가게의 외상 규모, 연체 이력, 상환 의지를 10일 단위로 평가했다. 채권에 대한 구조화를 통해 식당 사장님들이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외상을 허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진 가게를 대상으로 최대 90일간 결제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슬로우페이’ 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에 엑스바엑스에서 연결해주는 셰프 출신 MD(merchandiser, 상품기획자)를 통해 자영업자들의 시행착오를 줄였다.

박 대표는 “식당 사장님 90% 이상은 영세상인에게 식재료를 배송받았고, 10%만 대기업을 이용했다. 대부분은 그 많은 업체 중에서 어떤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매일 고민해야 하는 구조였다. 싸게 샀다고 계약하면 티 안 나게 가격을 올리거나 품질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은 플랫폼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했다”며 “유통업체 관점에서는 아무런 보증 없이 한 달 뒤에 식자재 값을 받아야 하는 채권이 부담인데, 우리만의 평가 노하우를 통해 AI 채권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에도 거래액 대비 부실률은 크게 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채권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의 능력을 확인한 기회였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창업, 생계형 창업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5개 식당의 공동구매로 시작한 오더플러스는 식당 사장님들의 가입이 증가하자 식재료를 공급하겠다는 업체가 늘어나고, 중견 유통사에서도 입점 문의가 들어왔다. 그 이후에는 삼성 웰스토리, CJ, 현대그린푸드는 물론이고 지역별 중소 업체까지 함께 하고 있다. 엑스바엑스는 어느덧 70여 명의 직원이 2만여 자영업자에 서비스하는 기업이 됐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6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아기유니콘에 선정되기도 했다.

외식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박 대표는 최근의 자영업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식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그 주제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식당 사장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지점은 ‘배달로 판매하니까 장사 잘되는 것 아니냐’는 대중의 인식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배달주문은 소수 식당에 혜택이 집중된다. 배달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장님은 소수고, 절대 다수의 사장님은 사정이 어렵다. 직장 회식과 가족 식사가 줄어들면서 대부분은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식당이 변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해법이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가) 찾아와 미래 식당을 주제로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엑스바엑스는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진 사장님들의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밀키트 제작 서비스를 론칭했다. 한 달이면 가게 대표 메뉴를 밀키트로 만들어 온라인에 판매할 수 있다. [사진=엑스바엑스 홈페이지]

그렇다면 앞으로의 변화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금 이 순간에도 창업을 꿈꾸고 있는 예비 사장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박 대표는 “프렌차이즈도 충분히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지만, 개인 외식 브랜드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자신을 (음식)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규정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며 “식당 사장님들께 왜 창업하느냐고 물어보면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많다. 자신의 꿈과 열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큰 방향성이라고 할 때, 직장인에게도 식당 창업은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자신만의 맛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 관리를 받으며 시간과 비용,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도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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