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해, '일말의 순정' '비밀의 문' '하이드 지킬, 나' '굿 와이프' '추리의 여왕' '저글러스', 영화 '그물' '여교사' '명당' 등 다양한 작품, 캐릭터를 연기했으나 자타가 인정하는 이원근의 '대표작'은 아직 '빈칸'이었다.
제대 후 운명처럼 만난 드라마 '원 더 우먼'은 대중들에게 '이원근'이라는 각인시켰다. 드라마의 성공만큼, 배우 이원근에 관한 관심이 뜨거웠고 그의 연기적 성장에 시청자들의 응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대표작'을 만난 셈이다. 그러나 이원근이 '대표작'을 만나기까지는, 좀체 쉽지 않은 치열한 과정이 있었다. 그의 성실함과 열정으로 이뤄진 필모그래피(작품 목록)와 연기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아주경제는 SBS 드라마 '원 더 우먼'(극본 김윤·연출 최영훈) 종영 후 배우 이원근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드라마 '원 더 우먼'과 배우 이하늬와의 호흡, 연기적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1회 시청률 8.2%(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17.8%로 마무리했다. 좋은 성적으로 마쳤는데
- 우울하고 힘든 시기인 만큼, '원 더 우먼'의 유쾌함과 통쾌함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낸 거 같다. 저 역시도 시청자 입장에서 즐겁게 시청했고 배우로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아 쑥스럽기도 하지만, 큰 사랑 보여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인기를 체감할 때는 언제인가
- 인터뷰할 때다(웃음). 그동안 작품 끝내고 인터뷰를 진행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매체와 만난 건 처음이다. 소속사에서 '인터뷰 일정이 많다'라고 이야기하시는데 '힘들겠다'가 아닌 '감사하다'라는 생각부터 들더라.
시청자들이 '원 더 우먼'을 사랑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제가 시청자로 보아도 굉장히 유쾌하고 통쾌했다. 속 시원한 대사들도 많았지 않나. 그런 점들이 인기에 한몫한 거 같다. 우울한 시기인 만큼, 시청자들에게 행복하고 기쁜 작품이지 않았을까?
연주를 짝사랑하는 유준 캐릭터도 큰 인기였다
- 오랜 시간 연주를 사랑해온 캐릭터다. 그러나 단순히 연주를 응원하고 찾아 헤매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를 적극적으로 돕는 인물이다. 유준의 감정에 관해 시청자분들이 좋은 해석, 반응을 보여주셨는데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정말 감사하고 뿌듯하더라. 유준의 매력이 시청자에게 닿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제대 후 첫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현장은 어땠나? 변화가 있었나
- 4년 만에 드라마를 찍었다. 제대하고 나니 방송가에도 '근로기준법'이 생겨 제작진들에게 여유가 생겼다. 배우들은 짬짬이 쉴 수 있지만, 제작진은 앉을 새도 없이 바쁘고 밤샘 작업하기 일쑤였다. 환경이나 처우가 개선된 거 같아 다행이다.
개인적으로는?
- 너무 오랜만에 촬영해서 현장이 낯설더라. 평소에도 긴장하는 편인데, '원 더 우먼' 촬영은 더욱 긴장됐다. 시간이 지나며 연기자 선배님들, 제작진과 가까워졌고 긴장감이 풀리더라.
'원 더 우먼' 시나리오의 첫인상은 어땠나
- 전역 후 코로나19가 더욱 심해졌었다. 인원수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친구를 만나기도 어렵고, 가족끼리 가기로 했던 여행도 무산됐다. 혹시라도 저 때문에 가족들이 아프게 될까 봐 더욱더 걱정이었고 조심하게 됐던 거 같다. 어려운 시기였는데, '원 더 우먼' 시나리오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더라. 극과 캐릭터가 활력이 넘쳤다. 이런 작품에 합류한다면 큰 힘을 얻을 것 같고 또 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준 캐릭터는 어땠나
-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유준에게 멜로 라인이 없었다. 촬영하는 도중, 유준이 연주에게 좋은 감정이 있다는 설정이 추가되었다. '존경'이 아니라, '사랑'으로. 유준의 감정선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거 저 역시 짝사랑했던 경험이 있는데, 당시 감정을 떠올리며 유준에게 대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유준이 오랜 시간 짝사랑했다는 설정이 생기며 더욱더 다채롭고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진 거 같다.
주로 이하늬와 호흡을 맞췄는데
- (이)하늬 누나는 현장과 상대 배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분이다. 정말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계시다. 제가 유준 역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법률 용어도 입체 잘 붙을 수 있도록 편안하고 능숙하게 끌어내 주셨다.
메이킹 비디오를 보니 현장 분위기를 알 수 있겠더라. 마지막 회에 등장한 뮤직비디오처럼 밝고 즐거워 보였는데
- (이)하늬 누나의 아이디어였다. 그만큼 현장에 큰 애정을 가지고 계시고, 좋은 현장을 만들기 위해 애쓰신다. 우리 현장의 즐거움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서 기뻤다. 촬영을 마치면, 배우들끼리 모여서 뮤직비디오를 찍는 식이었는데 내내 화기애애했다. 어떤 거짓이나 과장 없이 (뮤직비디오 속) 현장 그대로다.
가까이서 이하늬의 코미디 연기를 보니 어땠나. 함께 '코미디' 욕심도 나지 않았나?
- (이)하늬 누나의 훌륭한 코미디 연기를 보며 많이 웃곤 했다. 배우로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 역시도 코미디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망가짐에 관한 두려움은 없다. 하늬 누나를 보며 (코미디 연기에 관해) 공부했다.
어느새 데뷔 10년 차가 됐다
-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감사함의 연속이다. 회사에 계약할 수 있었던 것부터 작품을 만나고, 촬영하는 모든 일이 말이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에, 스스로 만족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원 더 우먼'이 앞으로의 이원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거로 생각하나?
-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만족하거나, 취하지는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성장할 방법이 무엇일까. 계속해서 연구하고 공부하며 노력할 거다. 최영훈 감독님께서 제게 "''원 더 우먼'이 네게 대표작이 된 것 같다"라고 해주셨는데, 그 말이 정말 뿌듯하고 감동적이더라. 10년 만에 대표작을 얻게 된 만큼, 더욱 열심히 연기에 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