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중국발 요소수 나비효과에 국내 경제 '휘청'

2021-11-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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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호주 외교 분쟁이 부른 요소수 품귀 사태가 국내 경제 위협

국내서도 요소 생산 설비 갖췄으나 채산성 문제로 2011년 모두 철수

SCR 조작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환경부 "수급 안정에 초점"

'요소수 품절' [사진=연합뉴스]

요소수 원료 수출에 제동을 건 중국의 움직임에 우리나라 경제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요소수 원료인 요소 전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데다 요소수 없인 운행이 불가능한 디젤차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요소 수급 불안 상황이 장기화할 때다. 특히 화물차에 요소수가 제때 공급이 안 될 땐 물류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차량을 불법 개조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8일 정유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요소 물량은 이달 말쯤 바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요소수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낸 요소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 혼합물로, 디젤(경유)차에 달린 선택적 환원 촉매 장치(SCR)에 주기적으로 넣어야 한다. 이 요소수는 SCR에서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며, 2015년 이후에 나온 모든 디젤차에는 SCR 부착이 의무화돼 있다. SCR가 장착된 디젤차에 요소수가 없을 땐 시동조차 걸리지 않게 설계돼 있어 사실상 제2의 연료라고 볼 수 있다.
 

'요소수 드려요, 생명이 우선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요소수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건 중국이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다.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요소 전량을 중국에 의존하다 중국이 요소 수출에 제동을 걸자 국내 경제 전반이 출렁거렸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1~9월에 수입한 요소 물량의 97%는 중국산이다. 요소 생산이 어려운 건 아니다. 우리나라도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 요소 생산 시설을 갖췄다. 다만 값싼 중국산과 비교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2011년을 끝으로 국내 요소 생산 공장은 모두 문을 닫았다.
국내 요소 생산을 멈춘 뒤로 10년 동안 문제없던 요소 수급에 비상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면엔 중국과 호주 간의 외교 갈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로 중국을 의심하자 중국은 작년 10월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하며 경제보복에 나섰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석탄 물량이 감소하고 난방 시즌을 앞두고 연료원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자 중국은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 수출 제한 카드를 꺼냈다. 이전까지는 별도 검역이나 검사 없이 요소를 수출했지만, 지난달 15일부터 반드시 검역을 거치도록 해 수출 물량을 억제한 것이다.
 

 

중국의 석탄 부족 현상에서 비롯된 요소수 대란은 국내 물류 업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중 60%인 200만대가량이 요소수 없이는 운행할 수 없는 디젤차이기 때문이다. 또 서민의 발인 버스 운행도 문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노선버스 5만대 중 요소수가 필요한 디젤 버스가 2만여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분야별로는 시내버스 3만5000대 중 9000대, 고속버스 1800대 중 700대, 시외버스 5800대 중 4000대가 디젤 버스다. 특히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소방차와 구급차, 경찰차를 비롯해 폐기물 수거차 등도 요소수가 없으면 운행이 불가능해 생활 대란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뒤늦게 발등의 불이 떨어진 정부는 부랴부랴 호주에서 요소수 2만 리터를 긴급 수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형트럭 333대에 넣으면 끝나는 물량인 데다, 요소수가 필요한 디젤차만 400만대(승용차 200만대·화물차 200만대)에 달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소수 없이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SCR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조작을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화물차 기사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관수술'을 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관수술은 요소수 없이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불법 개조한다는 뜻의 은어다.
 

요소수 목마른 화물차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환경부는 요소수와 관련한 환경 규제를 완화하기보다 수급 안정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SCR 프로그램 특허권은 외국 회사에 있어 협의를 진행해야 하고, 법적으로도 저감장치 제거·훼손 시 처벌받게 돼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SCR 해제 시 대기오염물질이 확산하는 문제도 있어 단기간에 고려할 수 없는 만큼 수급 안정 쪽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발 요소수 수급 비상 문제로 정부의 뒷북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과 호주 간의 외교 갈등을 강 건너 불구경하다 요소수 사태 피해를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8일 "중국의 에너지 위기가 아이폰에서부터 우유에 이르는 모든 것을 강타하고 있다"며 "대만과 한국 같은 이웃들은 민감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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