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를 결정했지만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그으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한껏 낮아졌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시장은 미 연준의 테이퍼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매수 심리가 다소 안정될 전망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에 테이퍼링을 발표하면서도,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신호가 아니라고 시장을 달랬다.
최근 글로벌 단기금리 급등을 진정시킨 셈이다. 앞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국고채 금리가 연일 연고점을 기록하는 등 큰 폭으로 오름세를 나타낸 바 있다. 미 연준이 거듭 주장하듯 인플레는 일시적이고,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을 가파르게 진행하지 않는다면 채권시장의 심리 또한 더욱 안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경기 부양 기조가 이어지고 이에 따라 인플레 기대 등이 높아진다는 점은 시장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나 미국채 10년물이 1.7% 이상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본격적으로 유입돼야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에도 파월 의장의 비둘기(완화 선호)적 발언으로 일시적 약달러 현상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3.1원 내린 1178.5원에 장을 시작했지만, 종가는 1.0원 오른 1182.6원에 마감했다.
기본적으로 테이퍼링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의 요인이다. 시중에 풀리는 달러가 지금 수준보다 감소하기 때문에 연준 테이퍼링으로 민간 자생적 달러 유동성 축소가 나타나는 환경에서는 통상적으로 달러 가치는 높아지고 원화 가치는 하락해왔다.
원화 가치 하락은 자산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실물경제에도 국내 기업의 대외 수출 물가를 떨어뜨려 향후 1년에 걸쳐 성장률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어 우려 대상인 만큼 주의할 필요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테이퍼링은 이미 예고된 수순인 데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등을 고려할 때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이 통화정책 정상화 신호로 달러화 강세 요인은 맞으나 현재 글로벌 거시 환경,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시행으로 미루어 볼 때 2014년 테이퍼링 시기만큼 미달러화가 초강세로 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원화도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2014년보다 양호한 상황에서 선제적인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도 감소함에 따라 가치가 크게 절하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미국의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 통화정책 방향은 내년 초까지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간을 벌어 놓은 한은은 두 차례 선제적 인상 이후에는 서두르지 않고 연준의 동향을 관망하며 대응할 전망이다.
한은은 이날 박종석 부총재보 주재로 개최한 '상황점검회의'에서 연준의 결정이 대체로 예상에 부합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점 등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필요 시 국고채 매입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 보유국이 아닌 만큼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같거나 낮아지면 금리가 높은 달러를 쫓아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금통위는 이달 25일 회의에서 0.25%포인트, 내년 1월께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까지는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상황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일정을 예의주시한 후 상황에 맞게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0.75%로 연준의 기준금리(0.25%)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우리가 계획대로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상향한다면 격차는 1%포인트로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