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청약' 사라진 공모주 시장··· 업종·공모구조가 투심 결정

2021-11-03 18:00
  • 글자크기 설정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기업공개(IPO) 시장의 옥석가리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공모 과정에서 상장을 철회한 경우와 상장 일정이 겹쳐도 동반 흥행에 성공한 사례들이 공존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업종과 공모구조에 따라 공모주 투자자들의 투심도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오는 15일로 예정되어 있던 코스닥 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 1~2일 진행된 수요예측 결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 이유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해운업이 전 세계적으로 호황을 맞이했으나 기관투자자들로부터는 예상보다 저조한 평가를 받은 셈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 해운사들이 최대 수익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해운 시황의 고점이 지났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존 주주의 구주매출 비중이 전체 공모주식의 50%에 달하는 공모 구조가 투심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사례는 또 있다. 명품 핸드백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인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역시 지난 10월 21일 상장을 철회했다. SM상선과 마찬가지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 원인이었다.
 
지난달 코스닥에 상장한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수요예측에서 6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희망범위(3만9000~4만8000원) 하단보다 낮은 2만5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공모 청약에서도 20대1 수준의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SM상선과 마찬가지로 두 기업 모두 공모 과정에서 높은 구주매출 비중에 대한 지적과 함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2대 주주인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이 전체 공모 주식의 약 80%에 달하는 구주매출에 나섰다.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약 16% 수준의 구주매출을 계획했으나 수요예측 이후 공모구조를 전량 신주 발행으로 변경했다.
 
반면 플랫폼·IT·반도체 등 기술 기업들은 흥행 성공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동시 청약이 진행될 경우 투자자들의 선택이 엇갈리며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만,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공모 일정이 겹친 상황에서도 동반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1~2일 청약을 진행한 디어유·비트나인·아이티아이즈는 수요예측에 이어 일반 청약에서도 동반 흥행에 성공했다. 디어유(1598:1)가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비트나인(590:1), 아이티아이즈(633:1)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2~3일 청약을 진행한 지오엘리먼트 역시 청약 첫날 216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디어유는 아티스트와 1대1 대화를 주고받는 팬덤 메신저 '디어유 버블'을 서비스 중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기업이다. 비트나인은 그래프 데이터베이스(DB) 기술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제공하는 개발사이며, 아이티아이즈는 금융권에서 쓰이는 디지털 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지간하면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성공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공모주 시장에서는 업종과 공모 구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이 늘고 있다"며 "최근 흥행에 성공한 디어유, 비트나인, 아이티아이즈의 경우 최근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관련 기업들이라는 점이 투심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