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이슈] 성남시 개발 감사·새 감사원장 청문회 시끌

2021-11-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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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공익감사 청구 검토…"임명 후 신속히 처리"

여당, 최재형 공세…최재해 청문보고서 '적격' 채택

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 2일 청문회 직후 "후보자는 1989년부터 28년간 감사원에서 근무한 감사 전문가로서 감사행정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채택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1963년 감사원 개원 이후 첫 내부 출산 감사원장이 탄생하게 됐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퇴 127일 만이다. 최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이른 시일 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이날 청문회는 5시간 넘게 진행됐다. 청문위원들은 최 후보자 신상 검증이나 정책 관련 질의가 아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최 전 원장 정치 행보에 대한 견해 등을 물었다. 그리고 공방과 무관하게 여야는 최 후보자에 대해선 뜻을 같이했다.

◆감사원 '대장동 감사' 촉구에 "임명되면 신속히 처리하겠다"
 

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최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확고한 독립성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 입장에서 기본에 충실한 감사를 하겠다"며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 기본 임무인 직무감찰·회계검사를 통해 공공부문 효율성을 높이고, 공직자 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각오가 무색하게 청문회 질의는 감사원을 둘러싼 정치적 이슈에 집중됐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추진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감사원이 철저히 감사해야 한다는 압박이 잇따랐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대장동 관련 특검과 국정조사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데 이것이 민심"이라며 "2015년 성남시 대장동·백현동·정자동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데 감사원이 총체적 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서일준 의원도 "대장동 의혹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 감사 여부 결정시한이 4일 남았다"며 "백현동 개발 사업과 함께 전국 지자체 사업을 전수 감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장동 의혹에 대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가 65%에 달했다. 나머지 '그럴 필요 없다'는 25%, '모름·무응답'은 10%였다.

이에 최 후보자는 "감사원이 사전에 (대장동 의혹을) 지적하고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지방공기업 경영관리실태 감사 때 대장동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 관련해선 딱 한 줄뿐이었다는 게 구 의원의 지적이다.

최 후보자는 "(당시 감사 건은) 초점이 조금 달랐지 않나 생각한다"면서도 "임명되면 (공익감사 청구 관련해)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현재 감사원은 대장동 의혹 공익감사 청구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고 있다. 강민아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지난 10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공익감사 착수를 위한 절차와 규정을 확인하고, 적합하면 감사를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해당 공익감사는 국민의힘 대장동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과 주민 550여명이 함께 감사원에 청구한 것으로, 대장동 의혹과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원주민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재형, 정치적 중립성 논란···"최재해 청문회다" 반발도
 

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여당은 최재형 전 원장의 잘잘못을 따지기 바빴다. 월성원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최 전 원장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된 게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성원전 고발사주와 관련해 감사원과 검찰, 국민의힘이 공모해서 고발한 정황이 있다. 제2고발사주 의혹"이라며 "전임 감사원장이 직접 관여해 주도한 의혹이 있는데 정치 중립성을 넘어선 직권남용, 헌법의무 위반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전임 감사원장이 정치하겠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퇴직 후 곧바로 대선출마 선언을 한 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최 후보자는 "전임 원장의 행보에 제가 뭐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라며 직접적인 비판은 피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전임 원장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해 감사원이란 조직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의 중심이 된 데 대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전임 감사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는지 현 감사원장으로서 감사할 용의가 있느냐"는 박성준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인(私人)이 된 전임 원장에 대한 감사는 자체 감찰권 범위에도 안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질문은 오후에도 계속됐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사인일 때 감사했는데 최 전 원장에 대해서도 감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후보자가 여러 차례 즉답을 피하자 여당 의원들은 "실망스러운 답변"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감찰 실익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지, 감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민주당이 최 전 원장에 대해 공세를 펴자 "오늘은 최 후보자 청문회다", "최 전 원장에 대한 국감인지 최 후보자 청문회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반발했다. 이후 청문위원들은 보고서에서 "후보자가 전임 감사원장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대장동 의혹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등 과거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 청와대의 감사원 인사 관여 의혹 등에 대해 소신 있는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판사 출신으로 감사원장을 지낸 최 전 원장은 지난 6월 임기를 채우기 전에 사퇴했으며, 이후 17일 만인 7월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최 전 원장은 8월 국민의힘 예비후보로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지만, 당내 4강 예비경선(컷오프)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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