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우려에 국경을 폐쇄해왔던 태국이 한국을 포함해 63개국 백신 접종 완료자들을 대상으로 1일(이하 현지시간) 국경을 개방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태국의 경제가 1년 반 넘게 계속된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이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 위치한 왓 벤차마보핏 사원.[사진=게티이미지]
태국 정부는 1일부터 한국·미국·중국·영국·캐나다 등 63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 음성 증명서를 구비한 사람들에 한해, 태국 도착 후 격리 호텔로 지정된 숙소에 머물며 실시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되면 이후 격리 없이 이동할 수 있게 했다. PCR 검사와 격리 호텔 비용은 자부담이다.
그러나 격리 기간만 없어졌을 뿐 여전히 입국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완료 2주가 지났다는 증명서 △태국 도착 전 72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 음성확인서 △치료비 5만 달러(약 5900만원)를 보장하는 여행자 보험 △태국 정부가 인증한 숙소 예약 확인서 △입국 제출 서류를 바탕으로 발급되는 어플리케이션인 '타일랜드 패스' 가 필요하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태국은 코로나19가 길어지며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19년 관광산업은 직·간접적으로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8%를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며 2020년 관광산업의 GDP 기여도 추정치는 약 7%로 떨어졌다. 관광산업에 의존하던 일자리 약 300만 개 역시 사라졌다.
태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급감했다. 지난 2월 15일 태국 경제연구소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는 2020년 연간 경제 성장률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록한 -7.6% 이후 최저치인 -6.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4.2%, 2.3%를 기록했다.
이에 태국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국경을 개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콕포스트는 정부가 지난 10월 21일 '무격리 입국 대상국'으로 한국·미국·중국·일본·영국·캐나다 등 46개국을 지정했지만, 재개방을 이틀 앞둔 30일 인도,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 17개국을 서둘러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태국 수도인 방콕에서 오후 9시까지 식당에서 술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방콕은 2019년 글로벌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가 실시한 조사에서 4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도시로 꼽혔다.
방콕의 고급 호텔 카펠라 방콕의 존 블랑코 총지배인은 "하루만에 객실이 모두 찰 것이라는 기대는 하고 있지 않지만 (재개방은) 훌륭한 첫 걸음"이라고 블룸버그를 통해 밝혔다. 그는 "모든 국가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라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10월 28일(현지시간) 기준 태국과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비율.[사진=아워월드인데이터 누리집]
그러나 현재 태국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8000명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태국 보건부가 지난 10월 14일에서 20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태국인들 중의 94%는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전월 28일 기준 전체 태국인 중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의 비율은 59%에 불과하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위험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관광·레저·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의존하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는 두 번째 새해 휴가를 놓칠 여유가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