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드코로나 첫날...KBO 포스트시즌 첫 경기 종합야구장도 핼러윈 불야성 이태원도 '한산'

2021-11-0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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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종합경기장, 예년 같은 인파 찾아 볼 수 없어

이태원 불야성...하루 만에 한산한 거리로 되돌아 가

KBO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앞둔 이날, 경기 시작을 4시간 전이였지만 예년 같은 인파는 찾기 어려웠다. [사진=최태원 수습기자]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이 시작된 1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KBO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앞둔 이날, 경기 시작 4시간 전이였지만 예년 같은 인파는 찾기 어려웠다. 티켓이 100% 팔려 나갔다는 관계자의 말을 듣지 못했더라면 노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지는 것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드문 인적 사이로 노점상들만 손님 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서 노점을 운영 중인 A씨(80)는 “근 2년 장사를 하나도 못했다. 이번엔 관중도 100% 들어오고 식음료 반입도 가능해 기대가 크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동대문운동장 시절부터 48년째 야구장 앞에서 노점을 운영해온 B씨(72)는 “장사를 못해 1년 넘게 남의 집 식모살이를 했다”며 취재진에게 퉁퉁 불은 손을 보여줬다. 이어 “너무 힘들었다. 이제라도 장사를 할 수 있어 겨우 먹고 살게 돼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야구장 인근 번화가 상인들도 설레긴 마찬가지였다. 주점을 운영하는 C씨(43)는 “야구 관람객들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영업시간이 너무 기대된다”며 “오늘을 위해 아르바이트생도 더 구하고, 식재료도 평소보다 넉넉하게 준비했다”며 잰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반면 위드코로나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야구장 인근에 거주하는 D씨(43)는 “델타변이, 돌파 감염 문제도 있고, 영국을 보면 위드코로나 후 확진자가 폭증했다”며 “경기가 끝나면 우루루 근처 술집으로 몰려 2차를 즐길 게 뻔하다. 거주민으로써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라 말했다.
 
◇이태원 불야성..."아직은 조심스러워" vs "상권 활기 찾아야"
 

1일 이태원의 `메카`로 불리는 세계음식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모습. [사진=김슬기 수습기자]


'핼러윈 데이' 당일 휘황찬란한 간판 조명 사이로 수백명 인파가 분주히 오갔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이날 `위드 코로나`가 본격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산한 거리로 되돌아갔다.

위드코로나로 10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해졌지만, 거리에는 친구, 커플 사이로 보이는 시민들이 둘씩 모여 걸었고, 식당에도 주로 2인으로 이뤄진 모임이 많았다. 이태원 보광동 입구 버스정류장 근처의 한 케밥집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시민 4명이 모여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이는 드문 광경이었다.

이태원의 `메카`로 불리는 세계음식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거리 곳곳에는 지난 사흘간 핼러윈 행사로 인해 생긴 쓰레기 더미만 수북했다. 대부분 술집, 바(bar)는 오후 6시 이후에 영업을 시작해 가게 문은 닫혀 있었고, 내부에는 영업 준비를 위해 청소 등을 하고 있었다.

이태원역 근처를 청소하던 청소노동자 김용호(68)씨는 "평소보다 쓰레기의 양이 훨씬 많았다. 일요일 오전이 제일 많았고 오늘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많은 쓰레기의 양으로 인해 노동량이 늘어난 것을 방증하듯 작업모 주변으로 땀이 맺혀있었다. 그는 "주로 맥주캔이 많았고 술병으로 보이는 유리병이 거리 곳곳에 깨져있어 청소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이곳을 지나가던 직장인 A(26·남)씨는 "그저께부터 어제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려 `오징어 게임` 캐릭터 분장하고 이곳에 왔는데 간만에 사람이 많아 활기가 넘쳤다"며 "오늘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영업시간 제한도 풀리고 집합 인원도 늘어서 지인들 만나기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1일 위드코로나로 10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해졌지만, 거리에는 친구, 커플 사이로 보이는 시민들이 둘씩 모여 걸었다. [사진=김슬기 수습기자] 


이태원역 근처 카페에서 나온 시민 B(28·남)씨는 "이태원이 집 근처라 자주 온다"며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이태원에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니까 상권이 활기를 다시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은 모임을 갖기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왔다는 대학생 C(23·남)씨는 "사적 모임이 제한된다곤 하지만 아직은 좀 불안하다"며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도 백신 접종을 마쳤는지를 먼저 물어본다"고 했다.
 
이태원 토박이들 "예전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올해로 이태원에서 장사를 한 지 30년이 됐다는 D(70·여)씨는 "이번 주부터는 장사가 좀 회복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이제 많이 풀리니까 사람들도 많이 오지 않을까"라고 부푼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내 재유행이 확산되면 또 다시 상권이 죽을거라며 목소리가 작아졌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수년간 술집을 운영한 E(32·남)씨 역시 코로나 19 방역 상황으로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자주 바뀌는 방역 수칙으로 인해 위드 코로나를 한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E씨는 한숨을 내쉬며 "솔직히 이러다가 또 언제 코로나가 확산해서 거리두기를 연장할지 모르지 않냐"며 "기대를 하고 싶긴 한데 너무 오랫동안 당해서 완전히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거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F(41·여)씨는 “위드 코로나 시행이 매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솔직히 불안하다”며 “가게 입장에서는 위드 코로나가 좋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태원역 근처 편의점 사장인 G(43·여)씨는 위드 코로나에 관해 묻자 “위드 코로나가 가게 입장에서 안 좋은 사람은 없을 거다”라며 “하지만 어제 핼러윈 때도 그랬지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아서 (코로나 19 확산) 걱정이 많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이태원 발 코로나 확산으로 이태원이 많이 죽었다”며 “지금 골목상권을 보면 알겠지만, 다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맹기훈 이태원관광특구협회장은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이태원 상권에 활기가 돌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최근 핼러윈 주간도 그렇고 거리두기 단계가 내려감에 따라 많은 시민이 이태원을 거부감 없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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