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스우파 리더들이 댄스 배틀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에 대하여

2021-11-08 13:46
  • 글자크기 설정
우린 많은 것에 허락을 받는다. 진로를 결정할 때 부모의 허락을 받고 회사에서 새로운 걸 하고 싶을 때는 회사의 허락을 받는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허락 없이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느날 광화문을 걷다가 교보빌딩에 붙어있는 글판이 눈에 띄었다.

“허락은 필요없어. 춤만큼은 마음 가는대로”라는 말이 써있었는데 이 말이 너무나 강렬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할 때 빛나고 행복한데 주위의 시선과 여건 등 많은 것의 이유로 나중으로 미루고 포기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우파)’에 나오는 댄서들이 너무 멋져 보였다. 과거에 여성댄서하고 하면 ‘쇼적인 부분’ ‘볼거리’ 등으로 여기며 가벼운 느낌이나 뉘앙스로 인해 시선이 안 좋았던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이어가며 ‘리더십과 열정, 의리, 우정 등을 보여주는 댄서들이 너무 멋있어보였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그들은 가장 자유로워 보였다. 그래서 이들을 인터뷰 하고 싶어서 요청을 했고 성사가 돼 이야기를 나눴다. 리정, 효진초이. 모니카, 노제의 인터뷰다.



 

[사진= 엠넷 제공]


Q. ’스우파'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댄서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려 댄서의 세계를 재조명한 것은 물론, 각종 밈과 신드롬을 불러올 만큼 뜨거운 인기를 끌었는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A. 리정: 녹화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이정도로 대박날 거라고는 예상 못했어요. 근데 예고편을 보고는 확신했죠. 좋은 프로그램 구성과 멋진 출연진 분들이 인기 비결인 것 같아요. 좋은 단합력을 만드는 팀원의 요소는 빠른 수용력이라 생각해요. 좋은 리더는 마음의 합과 춤의 합을 다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요. 내가 그런 리더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빠른 상황판단력과 순발력을 발휘하려 노력했어요. 우리 팀원들은 수용력이 넓고 커요. 그래서 팀원들에게 감사해요

효진초이: 무작정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달렸어요. 이렇게 대박이 날지는 몰랐어요. 저도 기대하며 첫방송을 봤어요. '스우파'의 진가는 솔직함이에요. 정말 솔직한 감정이 드러났어요. 탈락했을 때도 진심으로 받아들였고 진심을 다해 무대를 꾸몄거든요. 진심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분들께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노제: 비연예인인데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첫 방송을 보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니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댄서가 그렇게 큰 이슈를 불러올 수 있을지 확신이나 자신은 없었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얼마전 만난 분이 '승자와 패자가 나왔을 때 패자의 모습이 처참하지 않고 아름다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우리의 진짜 모습이 보여져서 응원해주신 것 같아요. 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스우파'가 일으킨 효과는 시작이에요. 이걸 시작으로 댄서들에게 더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엠넷 제공]



Q. 스우파를 통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뭔가요?

A. 효진초이: 제가 원래 사람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성향의 사람을 많이 접했고 자유자재로 대처가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팀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과 합을 맞추는 과정이 제 스스로에게도 공부가 됐어요.

모니카: "'스우파'를 통해 한 콘텐츠가 완성되는데 있어서 이렇게 복잡한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예술이 대중에게 다가가기까지 예술가의 힘만 필요한 게 아니라 다른 분야와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사진= 엠넷 제공]


Q. 각자 기억에 남는 순간과 베스트, 워스트 미션은 뭔가요?

A. 리정: 파이널 무대를 끝내고 한명 한명 인사하고 포옹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메가크루 미션이 어려웠어요. 다인원을 통솔해본 적이 많지 않아서 좋은 레슨이 됐고요. 기억에 남은 미션은 제시 님 미션이었어요. 극한 상황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했던 미션이었으나 너무 멋진 분들을 현장에서 디렉팅할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영광이었어요.

효진초이: 파이널 무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해서 혼자 울고 화내고 있었어요. 그 순간이 신기했어요. 메가크루 미션이 가장 힘들었고 제일 기억에 남아요. 다인원을 이끌고 무대를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성과 나름의 고집이 있었는데 판을 바꿔준 계기가 됐고 많이 배웠고 앞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할 것 같아요.

노제: 초반에는 경쟁을 했지만 한팀 한팀 탈락할 때마다 상대를 이해해주는 게 보였어요.
경쟁 프로그램이고 다른 팀이긴 하지만 표정에서부터 하나된 느낌이 많이 보였죠. 그런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힘들었다기 보다 리더계급 미션을 할 때 긴장됐어요. 웨이비의 품을 벗어나서 리더끼리 해야한다는 말에 너무 긴장하고 덜덜 떨렸어요. 방송에서의 모습을 보고 혼자 떨었는데 실제로는 다들 잘 챙겨주시고 너무 좋았어요.

모니카: 마지막회의 마지막이요. 댄서들이 모두 한마음이 돼서 끌어안았던 부분을 항상 겪고 살았어요. 언더그라운드신의 그런 따뜻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오히려 저한테는 4대천왕 미션이 인상깊었어요. 누군가의 색을 파악하고 내것화 시키는데 이렇게 집중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웨이비와 컬래버레이션한 추억을 갖게 된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아요. 생각보다 계급 미션이 힘들었어요. PD님과 첫 미팅에서 개인전이 없다고 하셔서 퍼포먼스로만 승부를 본다면 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계급 미션은 능력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고 잘 나가는 리더들이다 보니 마음이 복잡했어요. 정말 감정도 많이 상하고 추억도 많아진 미션이었죠.

 

[사진= 엠넷 제공]


Q. 스우파는 댄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큰 공헌을 했는데요. 그만큼 댄서들의 일상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A. 노제: 팬분들이 많아졌다는 게 달라진 점이에요. '스우파'를 하면서 내 존재 하나만의 네임드를 갖고 싶다는 욕심을 이뤘어요.

모니카: 꿈이 커졌어요. 현실적인 성격이라 댄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라는 식으로 살아왔는데 그래서 무기력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스우파'에서 한 거라고는 싸운 거랑 운 것 밖에 없는데 에너지가 좋아졌다고 하는 거예요. 다시 동기부여가 생긴 거죠. 새로운 동기가 생겼어요.


Q. 리정과 모니카는 '하고 싶은 걸 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어요.. 영상 좋아요나 조회수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것을 200% 보여주자는 각오처럼 느껴지더라고요.

A.리정: 춤이 좋고 행복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방송을 하고 미션을 하다 보면 우승을 위해 춤을 추게 됐어요. 시작한 이유가 바뀌다 보니 춤이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이죠. 과정과 감정 변화를 겪으며 내가 춤을 왜 시작했는지를 되짚어보면서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니카: 원래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았던 철 없는 사람이었어요. 좋아요나 조회수가 중요하지 않고 선택에 책임을 지면된다고 생각했는데 게임에서는 중요하더라고요. 세미 파이널까지 가다 보니 이길 수 있는 선택을 해야할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줘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그중 후자를 선택했죠.

Q. '스우파'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파이트 머니, 파이트 저지 등에 관한 의견도 분분했어요,

A. 모니카: 어떤 심사위원이 와도 내 스스로가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 루즈를 주면 순간적으로는 원망할 수밖에 없는 게 본능이에요. 그런 부분을 심사위원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아요. 어떤 분이라도 승리를 주지 않았다면 나는 불만이었을 거예요. 참가자들은 그 사람의 기준과 경력을 갖고 판단하지 않았어요. 어떤 심사위원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참여한 거예요. 다양한 평가를 해주셨을 때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었을지언정 틀린 부분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분들의 말을 경청하는 편이었어요.

 

[사진= 엠넷 제공]


Q. 일각에서는 탈락제와 배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 많은 무대를 보고 싶다는 소망에서 비롯된 불만이었다.

A. 효진초이: 프리랜서로 개인적인 활동을 많이 했었어요. 원트란 팀이 생겼을 때 겁이 났지만 팀원들도 개개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친구들이라 하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우리 원트가 한달만 일찍 만나서 팀원들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성향이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미션하기도 급급한 시간 속에서 그들을 파악하면서 이끌다보니 버거웠어요. 그래서 아쉬워요. 이제 좀 알아가는 과정이었는데, 더 보여줄 수 있는데 탈락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저도 팀원들도 많이 배웠고 개개인이 성장했어요.

노제: 우리가 빠르게 탈락한 팀이라 너무 아쉬웠어요. 우리 멤버들이 정말 잘하고 매력도 있고 순해요(크크). 그게 많이 비춰지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성장한 부분이 보여지지 못해서 아쉽긴 했는데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없어지는 팀도 아니고 앞으로 보여줄 멋진 모습에 기대돼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